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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무궁전 Dec 05. 2022

미라클 모닝 3년의 실패담

괜히 미라클이 아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한 3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미라클 모닝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지. 나는 그동안 새벽형 인간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무언갈 하기 시작하는 것보다 밤 늦게까지, 밤을 새서라도 하는 것을 좋아했다. 밤이 주는 고요한 나만의 시간과 깨어나는 새벽감성. 그동안 밤을 많이도 지새웠다.


본가에서 지낼 때면 매일 아침 일어나라고 다그치는 엄마에게 투쟁하며 늦잠을 쟁취했다. 늦잠과 밤샘은 프리랜서의 특권이었다. 특권을 침해받은 독립하지 못한 딸내미는 독립투사처럼 늦잠과 밤샘을 쟁취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는 밤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앞자리가 3으로 바뀌면서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하는 것이 힘에 부쳤다. 독립투쟁을 하던 딸내미가 마침내 독립을 하여 프리랜서의 특권을 누리며 살던 시기였다. 1인 가구의 가장으로서 먹고 사는 문제부터 빨래와 청소까지 전부 담당하게 되면서 나의 시간은 작업과 집안일 사이에서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하루를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해 하루의 루틴을 만들고 하루를 단단히 만드는 것에 관심이 가자 자연스럽게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이 나에게 다가왔다.


성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말에, 나도 그 속에 합류하고 싶어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일단 먼저 뭔가 일찍 일어나서 나갈 곳이 있어야 일어나지기 때문에 그룹 필라테스 수업을 아침 7시에 나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불 밖은 매우 위험한 겨울이었기 때문에 하루이틀 성공 후 실패의 쓴맛을 보게 되었다. 7시에 수업을 들으려면 늦어도 6시에는 일어나야 되기 때문에 갑자기 너무 무리인지라 그 다음 시간인 10시반 수업에 나가기로 했다. 10시반 수업도 겨우겨우 턱걸이로 세이프. 수업이 없는 날에는 일어나는 시간을 매일 9시쯤으로 고정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깅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날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하면 그 다음날은 또 루틴이 무너져 매일 휘청거리곤 했다.


그후 내 힘으로 나를 먹여살리기 위한 프리랜서 독립투쟁을 청산하고 회사에 들어가 이제는 매일 9시에 출근하는 삶을 살고 있다. 처음 회사에 들어가자 프리랜서 생활때 누렸던 24시간의 주권을 빼앗겨 몹시도 슬펐다.(꺼이꺼이) 입사 초 회사생활에 적응하는 시간을 거치고 휘모리 장단으로 몰아친 일들이 정리되자 시간을 빼앗긴 독립투사는 다시금 내 시간을 찾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퇴근이 늦어 집에 돌아온 후에는 빨리 자야하므로 미라클 모닝으로 아침 시간을 노려보는 작전이었다.


결과는 역시나 작심삼일. 성공한 날에는 나에게 맛있는 커피를 사주며 독립을 위한 꿍꿍이를 세우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지속하지 못하는 작전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전날 짝꿍이랑 싸우기라도 한 날에는 도로아미타불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기도라도 해야할 판이지만 매일 잠이 부족한 나는 또 타협을 하고 만다. 그렇게 매일 미라클 모닝과 실랑이를 벌인지 3년이 다 되어간다.


매일 아침 실패를 택하며 일어나는 삶이란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다. 실패의 쓴맛보단 단잠의 꿀맛을 택한 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미라클 모닝이 아니라 미라클 나잇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미라클 모닝을 하기 위해선 미라클 나잇을 해야한다. 1시 2시에 잠에 들고 다음날 6시에 일어나는건 하루의 미라클일 뿐... 오늘도 미라클 모닝에는 실패했지만 미라클 나잇에 다시 도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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