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나무궁전 Mar 28. 2021

남이 잘 되길 도와주면 내가 더 잘 되는 세상의 법칙

베풂의 기쁨

돈을 벌기 위해선 남이 원하는 것을 해야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도 돈을 버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 부터 하기 싫은 일이 생기면 왜 해야되는지를 반박하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거야! 라고 외쳐댔다. 이런 고집불통 딸에게 엄마는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냐고 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거라고 더욱 뾰족해졌다. 그 어려운 일을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 아등바등 해보지만 아직까지 결코 쉽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고 있어도 모든 일이 다 맘에 들 수 없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아직까지 누구도 선뜻 돈을 주진 않는다. 돈이란 역시 남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할 때 벌리는 것이다.


남을 도와주는 것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교육이나 복지계, 의료계, 등 남을 돕는 것이 일인 분들에게는 꼭 필요한 덕목이겠지만 그런 쪽이 아닌 나로서는 그런 보람을 느껴본 적이 없기도 하고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성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베푸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단순히 선행이나 기부, 물질적으로 나누는 것 등으로 생각하고 나중에 돈을 많이 벌거나 여유가 생기면 해야지, 하며 지금의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로 생각을 해왔다. 


단순한 베풂 외에도 나는 남이 잘 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내가 잘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누군가 도와달라고 하면 친분에 따라 선뜻 도와주기도, 거절하기도 했지만 나랑 무슨 상관인가 하면서 항상 내 코가 석자였다. 물론 친한 친구들의 고민상담은 잘 들어주고 같이 이야기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일이 잘되든 어떻든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열정과 패기가 가득찼던 20대 초에는 열정페이에도 열정이 있었지만 열정페이와 88만원 세대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러웠던 시기를 지나자 적은 돈에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일에 대한 보람은 일한 만큼의 페이와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며 항상 마감에 쫓기다 겨우 마무리를 하고나면 항상 완성물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고, 이렇게 열심히 한 것에 비하면 돈은 너무 적게 느껴졌다. 더 높은 견적과 완성도 있는 작업물을 향해 달려가면서 보람을 느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일을 시킨 쪽에서 크게 만족스러움을 표한 적도 없었고, 고마워했던 경우는 적은 돈으로 내가 작업을 해줬을 때나 무리한 일정을 소화시켜 줬을 때 정도였다. (담당자에게도 그저 일일 뿐이어서 고마운 마음보단 마무리가 잘 되면 그만인 것 같기도) 보상이 적으면 보람도 적었고, 마감까지 너무 시달렸을 땐 보람이 아닌 해방의 기쁨으로 날뛰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별말 없으면 무난하게 일이 잘 된 것이고 페이를 받은 것 자체가 결과에 대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지금까지 일하면서 크게 보람을 느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보람이나 성취감을 느껴보지 못해 계속 겉돌면서 새로운 장르로 눈을 돌리며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찾아 헤매었다.


이런 나와는 반대로 나의 짝꿍은 항상 남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컸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흔히 말하는 돈 버는 직업적인 비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꿈을 도와주는 꿈 서포터라고 이야기하고, 일을 할 때도 남들이 다 안된다고 해서 찾다 찾다 알게되어 찾아온 프로젝트를 거절하지 않고 끝까지 도와주려 한다. 돈이 안되는 일이어도 자기를 필요로 한 일이라면 꼭 해주려 하고, 오히려 열심히 했는데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고객에게 상처받는다. 그럴 때마다 대체 왜 그렇게 남을 도와주고 싶어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갔다. 도대체 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성인군자를 별명으로 지어주었다.ㅋㅋ


그런데 얼마 전, 이런 나의 생각에 큰 깨달음을 주었던 영상이 있었는데, 유투브 광고로 나왔던 백종원 선생님의 인터뷰였다. 백쌤은 얼마 전부터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통해 식당 사장님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프로그램 패널 이상으로 힘과 정성을 쏟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와 존경을 받아왔다. 요식업계의 대부가 동네의 작은 식당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모두가 감동을 받았고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보면 처음부터 남을 돕는 것에 뜻을 두고 있던건 아니었다.(!) 골목식당에서 보여주신 그 헌신적인 모습이 진짜 남을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인줄 알았는데! 


처음엔 먹는 걸 좋아해서 시작했다가 손님들의 맛있다는 말에 묘한 매력을 느껴 인정받고 싶은 일이 되었고, 선한 이미지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편집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사람들은 그 모습을 진짜 나로 알고 나를 착한 사람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착한 척을 하게 되고, 척하다가 척하려고 척이 인생이 되었다고 한다. 저렇게 큰 사람, 선한 영향력을 가진 분도 처음 시작부터 남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시작한건 아니구나. 성인군자가 아닌 일반인도, 나처럼 나밖에 모르는 사람도 착한 척을 하면서 시작할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Lskjjux6g



흔히 그런 말이 있다. 남들이 원하는 걸 해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라. 하지만 나는 남들이 원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걸 하는게 좋았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별로 보람을 못 느꼈던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만족을 위해 했지만 워낙 기대치가 높았기에 자신에게도 만족스럽지 못했고, 나의 만족에만 신경썼기 때문에 남의 만족도 충족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의 만족, 남들의 시선에만 맞추려고 하는 것이 이 말의 의미는 아니다. 이때 백종원 선생님의 말씀이 나의 이야기로 다가온 일이 있었다.


얼마 전부터 인스타툰을 시작했는데, 좋아요가 하나 둘 눌릴 때마다 나의 마음에도 작은 하트가 하나씩 쌓였다. 보통 때보다 적게 나올 때면 왜 조금밖에 안눌렸는지 속상하고 더 많이 나올 때면 기뻐했다. 좋아요를 더 많이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들었다. 남들에게 좋은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웃음을 주기 위해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남을 돕는 일이라면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것도 백종원 선생님처럼 척하려다 척하게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나도 좋고, 더 많은 좋아요도 받으면서 이 좋은 마음을 어떻게든 나누고 싶어져서 더 좋은 컨텐츠를 만들고 싶어진다. 이렇게 선순환이 되면 척하려다 척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받아 본 사람이 베풀 줄도 안다는 말을 받아보니 알 것 같다. 좋은 마음을 받아보니 이 좋은 마음을 나도 나누고 싶어진다. 좋은 마음으로 남들에게 베풀다 보면 나를 기억하고 찾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날도 오겠지. 척하려다 척하기 위해 오늘도 척해보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20대의 10년을 바라본 나라는 사람의 경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