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집 부엌에 들어섰을 때 나는 언제나 특정한 냄새를 맡았다. 달콤하면서도 묘하게 쌉싸름한, 바로 갓 구운 떡에서 나는 냄새였다. 그 냄새를 맡는 순간, 나는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시각적인 기억보다 냄새는 훨씬 깊이, 훨씬 빠르게 나를 과거로 데려갔다.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기억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사실 눈으로 본 장면보다 오감, 특히 후각과 청각이 만들어낸 작은 파편에 의해 존재한다는 것을. 오래된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 비 오는 날 아스팔트에서 나는 흙냄새, 누군가의 향수… 모두 기억을 호출하는 작은 열쇠다.
시간은 그렇게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한 장면이 연속적인 스토리로 느껴지지만, 사실 기억은 순간순간의 조각들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다 보면, 우리는 자신도 몰랐던 내면을 발견한다. 나는 왜 그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는가, 왜 어떤 냄새는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가. 기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드는 재료다.
최근 나는 의도적으로 작은 ‘기억의 여행’을 시도했다.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들고, 사진 속 장소와 사람들을 떠올리며 글로 기록했다. 냄새, 온도, 소리, 감정까지 글로 담았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나는 과거 속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서 교감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두려움과 설렘, 청소년기의 혼란과 기쁨, 청년기의 불안과 희망이 모두 한데 모여 나를 만든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기억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는 기억의 파편을 모으고, 바라보고, 정리하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 지나간 시간을 붙잡으려 애쓰기보다는, 그 파편들을 부드럽게 껴안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내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냄새와 소리, 촉감과 맛 속에서 나는 나를 찾는다. 그것이 바로 시간과 기억이 주는 선물이다. 오늘 나는 잠시 멈춰, 오래된 향기와 함께 과거 속 나를 만나고, 현재의 나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너는 여기서, 충분히 살아왔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야.”
기억의 파편은 흩어져 있지만,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미래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언젠가 그 작은 파편들이 모여 내 삶의 풍경이 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