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발견
어쩌다가 '글'을 쓰게 되었다. 점수에 맞춰서 들어간 대학에서 '글'을 전공했지만, 창작이라는 영역에는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실력이 부족했다. 상상력도 없는데, 노력도 하지 않았으니 칭찬보다 무관심과 비난이 익숙했다. 간신히,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서는 잡지사와 협회지, 웹 매거진을 운영하며 경력을 쌓았다. 프리랜서로 '원고 작성'하는 일들을 구해서 10년 가까이, 틈틈이 글을 써오고는 있다. 그마저도 얼마 전에는 '내 글'을 써보겠노라 그만두었지만.
그래서, 쓰고 싶은 이야기는 뭔데?!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무엇을 쓸까?라는 주제 앞에서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게 된다. 이렇게 겸손할 수가. 누가 '주제'를 던져주면 곧 잘 받아서 야금야금 글로 풀어냈었는데, 막상 내 이야기를 쓰려니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아무거나 쓰기에는, 아무 글도 될 것 같지 않고.
책에서 힌트를 얻을까? 싶은 마음에 책장을 열면, 감탄사를 연발할 때가 많다. 와,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썼지? 어떻게 이런 단어를 골랐을까? 어머! 이건 기록해야 해! 하고 필사도 해보고, 생각으로 살도 덧붙여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뭐라고... 내 까짓 게 무슨 책을 쓴다고....'하고 마음이 돌아서는 순간 자존감이 툭! 하고 떨어진다.
주저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기를 몇 년째.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근육이 조금 생겼나 보다. 부러워하고, 동경만 할 게 아니라 '뭐라도 해야 할 거 가인가?' 싶었다. 때로는 글을 쓰다가 '더 좋은 표현 없을까?'하고 머리를 굴려보는데, 부족한 나의 어휘력에 무릎을 꿇게 된다. 이럴 때 사전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뭔가, 신박한 단어가 없을까?!
포털 사이트에 모르는 단어를 검색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다. 그러나 반대로 책을 읽다가 좋은 단어를 발견하듯, 새로운 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궁금한 것은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알아볼 수 있지만, 내가 무엇을 몰랐었는지는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 책이지 뭐. 책.
그럼, '수많은 단어가 꼼꼼하게 담겨있는 국어사전'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라데는 말이야... 그 시절에는 집에 국어대사전부터 포켓형 국어사전까지 다양했는데. 무엇이든 척척 바로바로 찾아주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아날로그 방식인 '국어사전'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발견'이다. 단어의 발견. 우리말 속에 존재는 하지만, 사전 깊숙하게 숨겨져 있어서 내가 잘 쓰지 않았던 말들을 찾고 싶어 졌다. 나의 무지함을 당당하게 드러냄으로써, 숨어있는 단어를 알아가는 과정을 글로 담고 싶어 졌다.
내 인생에 훅~하고 말을 건넨 단어들에 대해 연재를 시작하려 한다. 그 말들이 나와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왔는지, 또 나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줄지 설렘을 담아서. 때로는 너무 흔하게 쓰여서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도 있을 테고, 무척 생소해서 이 말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 것들도 있을 테고....
얼마 전에 큰 마음 먹고 사놓은 보리 국어사전부터 탐험을 시작해봐야겠다.
자, 시동 걸고!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