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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Apr 20. 2023

강아지와의 여행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1)

아무래도 내 잘못이에요

강아지랑 다시는 같이 여행 안 갈 거다. 강아지와 여행을 간 첫날 비행기에서 다짐했다. 같이 간 열흘의

여행동안 이 마음은 우와 우리 강아지랑 와서 감사하다와 다시는 같이 안와 를 왔다 갔다 했다. 일단 첫날은 그랬다. 우리의 여행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우리 강아지는 산책을 좋아하니까 여행도 좋아하지 않을까? 새로운 도시에 새로운 나무에 볼일도 보고 신나겠지?라고 생각한 나를 반성한다.  눈이 오지 않는 곳에 사는 나는 눈이 오는 뉴욕이 가고 싶었다. 여섯 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사람 둘이면 강아지 한 마리 정도는 수월 할 줄 알았다. 강아지와 자동차 여행은 순조로웠었고 게다가 우리 강아지는 눈을 무척 좋아했었다. 무릎까지 쌓인 눈 사이를 파닥파닥 뛰어다니는 솜뭉치는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귀여움이었다. 동네사람들! 이 귀여운 광경을 보세요!  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일단 강아지는 비행기를 싫어했다. 카밍 츄 몇 알로 진정될 만한 싫음이 아니었다. 비행기를 타러 가기 며칠 전에 공항도 보여주고 공항 내에 강아지 화장실 위치도 익혔다. 강아지가 들어가 있어야 하는 가방도 간식을 주면서 친해지도록 훈련했다. 연습과 실전은 왜 항상 다른 걸까. 장난을 치다 간식을 가방에 숨기러 갈 정도로 가방과 친해진 줄 알았는데 비행기를 타자 강아지는 쉬지 않고 울었다.


나를 꺼내서 안아줘! 무릎 위에 날 앉혀줘!


멀미약도 먹었는데 멀미를 하는 걸까 그냥 낯설어서 우는 걸까. 자동차처럼 창문을 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가방에 교대로 손을 넣어 강아지를 계속 쓰다듬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니까 이해한다는 옆 좌석의 사람에게도 미안하고 강아지에게도 미안했다. 나도 비행기 멀미가 심해 멀미약을 먹었는데 약 때문에 오는 잠과 강아지의 낑낑거림 사이에서 강아지와의 여행을 결심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비행기에서 잠을 자고 내려 아침부터 돌아다닐 계획으로 밤 비행기를 탔는데 결국 한숨도 자지 못했다. 새벽에 내린 뉴욕은 코끝이 시리게 춥고 우리는 아무 의자에 엉덩이만 붙여도 졸았다. 겨울이 없는 곳에서 바리바리 챙겨 껴입은 옷들은 추위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겨울이란 게 이렇게 추운 거였나. 둘이서 강아지를 번갈아 꼭 안고 다녔다.


짐 가방 두 개와 안절부절못하는 강아지와 운동복에 눈곱 낀 얼굴로 강아지 카페 테이블에 누워 있는 모습이 집을 잃은 사람들 같았다. 그러게 왜 집을 두고 여기까지 온 걸까.



커피를 두 사발을 들이켜도 잠이 깨지 않았다. 숙소 체크인 시간이 되자마자 달려갔다. 짐을 풀고 강아지와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때 이미 해가 졌다. 눈을 보러 간 뉴욕은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장대비가 내리는 뉴욕도 좋다며 강아지 우비를 입히고 셋이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갔다. 뭘 먹을까, 우리 여행의 첫 끼니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

겨울의 뉴욕 식당들은 바깥 자리가 없었다. 강아지와 바깥 자리에서 밥을 먹고 겨울 풍경을 구경하자던 우리는 참 단순했다.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사람들이 밥을 잘 안 먹긴 하겠지. 크리스마스 전구가 반짝이고 캐럴이 흘러나오고 어디선가 핫초코와 소나무 향이 날 거 같은 식당들을 뒤로하고 음식 배달 앱을 켰다.



우린 숙소에서 중국음식을 배달시키고 유튜브를 봤다. 이럴 거면 우리 사서 고생했냐며 한참을 웃었다. 강아지도 침대 위에서 쿨쿨 자고 우리 평소의 저녁과 다를 바 없이 그렇게 첫날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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