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회사원으로 사는 사람의 고민 1
스 모올 토오크는 어렵다. 회사에서 어려운 건 수만 가지인데 그중 하나다.
스몰토크가 중요하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나는 점심시간에 동료들이랑 딱히 할 말이 없다. 억지로 짜낸 질문과 굿, 오- 나이스 같은 영혼 없는 대답들로 채우다 침묵이 온다. 여기 사람들은 정말 하우알유를 매일 묻고 파인 굳 슬리피 등 답을 제외하고 말을 이어나가는 건 곤혹이다. 사람을 무서워하면서도 소속감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겉을 맴도는 기분이 영 별로다.
쭉 우리 팀에 제일 인기가 많은 동료를 관찰했다. 그는 사람을 대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그중 스몰토크에서도 귀재다. 적재적소에 유머러스한 반응은 물론, 누군가에게 소홀했다 싶을 때 딱 잘 지내고 있냐며 말을 건넨다.
내가 특히 어렵다고 느끼는 건 대화 주제의 공과 사의 경계다. 가끔 어떤 질문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로 나를 보여줄까 고민하다 답을 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그는 내게 어려운 그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대화를 이끈다. 그 대화의 심도가 얕고 깊은 문제보다 사람들이 오 이 사람이 나의 하루에 관심에 있군 - 이 느낌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딱!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묻는다. 가끔 선을 살짝 깊게 들어와도 오히려 친해진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건 능력이다.
두 번째로 어렵게 만드는 건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열심히 맞장구를 쳤는데 침묵이 찾아올 때가 많은지라, 자꾸 이 침묵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았다. 아 - 내가 이렇게 재미없게 답해서, 내가 또 재미없는 이야기를 - 등등. 그렇다고 내가 회사에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 날 재밌게 해 주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었다. 코미디언은 못 되어도 조금 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 보는 건 어떨까. 작년에 알게 된 언니는 붙임성이 굉장히 좋았는데 (부러웠음) 본인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아무 이야기나 다 한다고 했다. 먼저 그렇게 벽을 낮춰야 상대방도 쉽게 마음을 연다고 했다. 아마 적어도 5년은 벽돌에 벽돌에 벽돌을 쌓아놓고 사람들을 대하던 나에게 새로운 충격이었다.
언니의 방식과 관찰한 동료의 방식을 섞어서 아무 이야기나 하고 상대방에게 넌 어때 물어보기를 연습해 보기로 한다. 우선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가깝다고 생각이 드는 동료에게 일단 아무 이야기를 해봤다. 주말에 강아지 산책한 거, 식물이 자란 거, 어제 먹은 간식, 남편이 한 어이없는 행동들.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말해놓고 우엥 할 때도 있었는데 어떤 순간에 분명 이야기의 물꼬가 트일 때도 있었다. 오 이게 되네 하는 순간들.
아직 시시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는 방식을 모방한 것 말고는 쏠쏠한 발전은 없다. 답에 시간을 들이느라 늦어질 때는 나 지금 대답 생각 중이야라고 말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여전히 응? 하다가 넘어가기 일 쑤다. 대부분의 날에는 이 사람의 하루에 안부를 묻는 것도 지칠 때가 많다. 인간관계는 역시 노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