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글을 써본다. 일기에 가깝거나 신변잡기 글이다 보니 가끔 이 사람 저 사람에 대한 생각이 섞여 있다. 문득 불안해진다. 이 한 줄 혹은 한 문단을 그 사람이 우연히 이 정보의 바다에서 발견했을 때, 날 미워하면 어쩌지? 너무 놀라진 않을까? 당혹스러울까? 아니면 조용히 모른 척 넘어가거나 아니면 본인 이야기인 줄 모를까? 아니 내가 내 글을 쓰는데도 이렇게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일까?
남에 대한 이야기를 넣어야 할 때 내 마음보다 잘 매만져 본다. 사뭇 진지하게 가깝게 관찰하고 지켜본 듯 그 사람의 마음이나 얼굴 생김새나 옷차림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글들을 부러워한다. 그래서 저 글을 쓴 사람은 본인의 이야기가 어쩌면 소설에 가깝다고 한 게 아닐까? 아니면 너무 솔직해서 스스로 그리고 주변인들을 보호하려고 그렇게 말한 걸까?
동시에 내가 남의 블로그나 글을 읽을 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일상과 본인과 주변인을 상상하는 그 재미를 생각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를 채워나가며 그 사람의 하루를 상상하고 가끔은 비슷한 생각이나 하루를 보며 공감하는 재미! 긴 글도 짧은 글도 좋아하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본인이 골라 나누는, (얼마나 인지 모르므로) 진짜 그 사람의 일상과 만들어내는 그 거리를 혼자 채워나가는 재미!
사실 내가 글을 쓰는 큰 목적은 마음이 무겁거나 어디 털어놓을 때가 없거나 복잡한 머리를 비우기 위해서 일 때가 많은데, 다시 보면 위의 두 가지와 이 목적도 상반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럼 아무도 못 보는 일기장에 쓰거나 비공개로 남기면 다 해결되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 누가 읽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은은하게 글을 시작하게 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아 그래서 은유를 넣은 시를 써보는 건 어떨까 하고 시수업도 들어봤으나 한 줄도 써본 적이 없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사람들이 내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될 확률에 대해 생각하며, 그런데 난 정말 언젠가는 책을 써보고 싶은데 그땐 어쩌나 하는 상상도 한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