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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안 Feb 16. 2021

[글쓰기를 처방합니다]02.특별하지 않은 내 인생?

책의 메시지 정하기


강연이 끝나고 정류장에 도착하니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인솔해 주신 도서관 사서 선생님을 그냥 보내드리기도 뭐 해서 근처 카페로 모셨습니다. 우리는 투X 플레이스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작가님, 저도 책을 써보고 싶은데요."

"적극 추천드립니다. 선생님은 책을 많이 읽으시니까 쉽게 쓰실 거 같아요."

"근데 제가...... 제 인생이 너무 밍밍해서요."

"네?"


A 선생님은 1시간 넘게 '특별할 것 없이 무난하고, 심심하고, 지극히 평범 그 자체였다'라는 본인의 인생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는 얌전하고 조용했다. 
초등학교 때도 뭔가 특출나거나 뛰어난 재능은 없었다. 그래도 친구들이랑 잘 놀고 착하다는 소리 듣는 학생이었다.
중학교 때 그나마 공부를 해서 그 지역의 상위권 고등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역시 공부 잘하는 애들 많더라
사춘기가 늦게 와서 반항도 하고 아이돌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크게 사고 친 적도 없었고 학교에서도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잘 지내며 졸업하고 적당한 성적에 맞춰서 대학교에 갔다.


길고 긴 이야기의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저는 책을 쓰고 싶은데 
제 인생이 너무 특별할 거 없고 재미없어서 
책은 쓰고 싶은데 뭐에 대해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미 다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를 쭈욱 들이킨 후에 말했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그거 아세요? 선생님 지금 한 시간 넘게 본인 인생 이야기를 하신 거요."

"제가요?"

"네, 다른 사람한테 그 정도로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인생을 사신 거 같은데요? 저는 어떤 삶이든 각자의 의미가 있고 전달할 가치가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맛있게 정리하고, 아름답게 배치해서, 활자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순간 작가가 되는 거죠. 선생님은 이미 준비가 되셨어요."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버스 놓치시는 거 아니에요?" 



책을 쓰고 싶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책을 중간에 쓰고 있는 분들'보다 '글쓰기를 앞두고 주저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중 많은 케이스가 '나는 어떤 책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고민을 가지고 계십니다.

 '나는 남에게 딱히 말해줄 만한 인생이 아니에요.'라는 스스로의 한계를 가지고 계시는 거죠.

저는 이것이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거나, 무관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만나본 분들은 오히려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다루는 손길이 너무나 조심스러워서 깊은 내면으로 손을 내밀기 주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겁니다. 

저는 아직도 책을 쓸 때마다 연필 끝이 주저하는 감각을 느끼고 하거든요.

글쓰기는 '세상에서 제일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라고 합니다.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하는 작업은 쉽지 않습니다. 


       

        의미없는 인생은 없다저자정인석출판학지사발매2013.02.25.


저번 시간에도 말씀드린 빅터 프랭클 '의미 심리학'을 다룬 책입니다. 책 제목이 곧 내용이라 할 수 있겠네요.

어떤 삶이든 각자의 의미가 있으며 이는 '실현시켜야 할 의미', '해야 할 의미'로서 우리의 삶에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그것을 발견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인생이든 의미가 있다.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어떤 책이든 메시지가 있다.


내가 쓸 책의 메시지를 찾아가는 과정은 삶에 의미를 찾아가는 것과 비슷하고

또 이 과정을 반드시 수반해야 합니다. 

그럼 책 집필에 가장 중요한 '메시지 정하기'를 저와 함께 가보도록 합시다.




메시지는 '책을 관통하는 한 문장', '책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점에 한번 가봅시다. 수많은 책들이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대세인 재테크, 부동산, 주식 같은 실용서적은 메시지가 확실하죠.


'당신의 부를 지키고,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려 경제적 안정을 드릴게요.'


문학작품은 어떨까요? 우리 학교 다닐 때 많이 배웠잖아요. '저자의 의도'


'스토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교훈과 감동을 전달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회학 서적도 있군요.


'우리 사회에 있는 사회적 문제를 밝히고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합시다.'


이것이 바로 책의 '메시지'입니다. 


아마 눈썰미 좋은 독자분들은 위의 메시지들을 보고 공통점을 찾으셨을 겁니다. 

바로 '독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입니다. 

어떤 책은 실무능력, 어떤 책은 삶에 대한 통찰과 인사이트, 어떤 책은 나만이 아는 정보를 어떤 책은 감동을 선사하죠.  

즉, 책의 메시지는 '나의 내면'과 '사회에서의 가치'가 닿았을 때 생깁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다 책으로 쓸 수 있다면

아마 그 책의 메시지는 이것일 겁니다.

"아마존의 나무들아 미안해!"(겨우 이런 책이 되려고 잘리다니ㅠㅠ...)

실제로 독자들에게 외면된 채 버려지는 책들, 서랍 구석에서 방치되어 잊히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책을 쓰고 싶지는 않으실 겁니다. 





 

이제 메시지를 정하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여기 벤다이어그램이 있군요.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나의 삶을 쭈욱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조용한 공간과 커피 한 잔을 준비하세요. 생각할 시간은 최소 30분에서 길면 길수록 좋습니다. 자기 인생 성찰은 참 머리 아픈 일입니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하지만 위 표를 작성하신다면 분명 작가로서 절반은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집필 과정에서 직접 작성한 예를 들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 나의 바람 : 저는 약사로 일하면서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오늘 받아 가신 혈압약은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떻게 먹어야 하고 영양제는 어떤 걸 챙겨드셔야 하는지 등등.....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을 썩히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빠르게 왔다가는 약국은 그런 깊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약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고 싶다.'

이게 저의 바람이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살면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라는 바램이나 

'사람들에게 이 좋은 정보를 알려주고 나누고 싶다.'거나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 소통하여 위로받고 싶다.' 아니면 

'나의 이름을 알리고 싶다.', '책을 많이 팔아서 인세 수익을 얻고 싶다.'도 있겠죠. 

진지하게 내가 바라는 책은 무엇인지 일단 생각나는 데로 써봅시다.


2. 나의 능력 : 그런 말이 있습니다. '말이야 쉽지!' 그렇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그냥 뱉으면 됩니다. 하지만 이걸 200쪽 넘게 글로 쓰는 건 쉽지 않죠.  내가 책에 쓰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내가 쓰고 싶은 분야에 대해 꾸준히 글로 쓰고, 공부하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분야인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아, 잠깐 많은 분들이 좌절하시는 구간이 바로 이 구간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남들보다 뛰어나고 독보적인 뭐 엄청 대단한 분야'를 말한 게 아닙니다. 

'내가 '본인이 하고 있는 다른 분야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알고 정보나 글감을 얻기 쉬운 분야'를 말하는 겁니다. 

절대 내가 어떤 분야를 쓴다고 해서 장인 수준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집필을 하는 과정에서 자료수집과 조사기록을 통해 전문가가 되는 겁니다

팁을 드리면 제일 좋은 건 '내 직업과 관련된 주제'나 '내 취미와 관련된 주제'입니다. 


3. 시장성 : 원고를 다 썼습니다. 그리고 원고를 출판사에 보냅니다. 

'내가 이런 책을 썼는데, 출판사에서 책으로 만들어서, 인쇄하고 홍보하고 서점에 입고시켜줬으면 좋겠으니 저랑 계약하실래요?'라며 원고나 집필 기획서를 보내는 걸 '투고'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나라에 정식 등록된 출판사가 8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한 달에도 수많은 책들이 서점가에 나오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한국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1권의 책도 읽지 않죠. 유명 출판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원고가 쏟아지지만 정작 시장에서 초판(처음 인쇄되어 나온 책)이 나온 후 2쇄를 찍지 못하고 잊히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한 출판사가 1년에 서너 권 출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팔리는 책'을 내야겠죠. 여러분들의 책이 손익분기점인 1500부는 팔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시장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알라딘, yes24 같은 인터넷 사이트나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출판 트렌드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사실 원고를 주었지만 바로 출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가 터졌죠. 동시에 건강이나 약,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책이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다 해야 할지 나쁘다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내 책의 메시지를 정할 때 '이 책이 특정 독자층을 겨냥하고 판매할 수 있는가? 아니면 대중을 대상으로 넓은 고객층을 노릴 것인가?'와 '책의 주제와 메시지가 요즘 출판가의 트렌드와 사람들의 관심, 니즈를 잘 충족시키는가?'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책 출판 트렌드와 시장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해보도록 하죠.)


4. 소명과 가치 : 책을 쓰는 소명과 가치는 집필이란 마라톤을 도와줄 연료와 같습니다. 

'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저는 출판사 대표님이 처음 뵀을 때 이 질문을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앞에서 긴 시간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내 책의 소명과 가치를 알기 위해선 내 삶의 의미를 보시면 됩니다. 그것은 타인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인 성격을 띠어야겠죠. 저의 경우 '코로나 시대에 독자들에게 약에 대한 재미있는 인문학적 지식과 약을 올바르게 쓰는 상식을 전달한다.'로 가치를 잡았습니다. 

나의 바람과 소명과 가치가 있는 주제면 '훌륭한 책'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장성과 나의 능력이 없다면 책이 출판되고 '잘 팔리는 책'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이 4가지 벤다이어그램을 모두 충족하는 부분이 여러분들에게 

'최고로 잘 쓸 수 있고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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