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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안 Feb 09. 2021

[글쓰기를 처방합니다]01. 내 책의 의미(1)

책의 메시지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작가 빅터 프랭클린(Viktor Frankl)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유대인이자 정신과 의사입니다. 홀로코스트의 가혹했던 당시 상황 속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추위와 배고픔,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 떨며 지냈습니다. 절망한 사람들은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지옥 같은 삶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남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빅터 프랭클린은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관찰한 결과 인간의 삶을 통찰하는 위대한 결론을 얻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삶이 의미가 있는지 묻는 대신, 매 순간 의미를 부여하는 건 우리 자신이다.




'사는 게 의미 없다.'

'여태까지 무슨 생각으로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그냥 다...... 덧없다.'


 자살하는 사람의 유서에나 적혀있을 법한 말이라고 생각하셨나요? 하지만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가슴 한편에 묻고 살아갑니다.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응어리진 이 울음이 한 번쯤 입으로 한숨과 함께 나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울분을 집어삼킨 채 일상으로 돌아가죠. 

 현대사회는 바야흐로 먹고사는 게 우선인 시대, 돈이 최우선인 시대, 앞만 보고 달려야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시대, 무한경쟁의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 이런 고민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국 이 울음은 쌓이고 쌓여 삶의 우울과 무기력함, 절망과 허무함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닐까요?




무의미하면 살아갈 동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직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자의 친구는 꽤 오랜 시간 빛나는 청춘을 바쳐서 낙방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5년을 넘게 공부에 쏟아부었으니 남은 평생 걱정 없이 살겠구나 생각했는데, 반년도 안돼서 이 친구는 만나기만 하면 입에서 푸념부터 나오기 일쑤입니다.

"아! 공무원 생각보다 개 힘들다."

"또 야근이다. 우울하다."


사실 고백하자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약사입니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하루에 환자가 4~500명씩 오는 대형약국에서 일을 했습니다. 사회에 갓 진출한 초년생의 마음은 정말 2달이 채 안 가더군요. 일을 할 때마다 스스로 로봇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식후 30분 후에 드세요. 천 원입니다."


매일 같은 말, 같은 일만을 반복하다 집에 오면 말 그대로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이게 맞는 건가?'


이런 의문이 문득문득 고개를 들어 올릴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삶의 무의미함이라는 빈 공간은 마주하기만 해도 너무나 어둡고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래,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거지.'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애써 외면하며 꾸역꾸역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하는 이 직업의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은 일하고 3분의 1은 놀고 3분의 1은 잠을 잔다고 합니다. 인간이 잠을 자는 이유는 아직 과학적으로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내 직업의 의미'를 찾는다면 적어도 인생의 3분의 1은 그 의미를 찾는 셈이었죠. 

그때 제가 생각한 게 바로 '글쓰기와 책 출판'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내서 사람들에게 

'약은 우리 삶에 가까이 있고 아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존재다.'

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이 책의 의미는?'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출판 기획서' 가장 첫 줄에 썼습니다.



그때부터 저녁 늦게 일이 끝나면 근처 카페로 노트북과 책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 해보는 책 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란데 사이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샷해가며 겨우겨우 펜을 끄적였다 다시 지웠다를 반복했습니다. 멘탈이 흔들릴 때마다 '내 책의 의미'를 다시 한번 보았습니다.

'아 맞다. 나는 이런 책을 쓰고 싶었지.'


이처럼 '책의 의미'는 저를 원고 완성으로 이끌어주는 나침판이자 힘이 되었습니다.  

책의 의미를 정하고 글을 쓰니, 글에 의미가 깃들었고, 

내가 글의 의미를 쓰니 글의 의미가 내 삶에 깃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약사님이란 호칭보다 작가님이란 호칭이 퍽 마음에 듭니다. 아울러 '집필'이라는 과정이 삶의 한 부분이 되었죠. 내 삶의 의미를 하나 더 가지게 되니 더욱더 욕심이 나서 펜을 굴립니다. 

나를 숨 쉬게 하는 것은 '내 몸'이지만,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의미'였습니다.  




우리가 '삶'이라는 한 권의 책을 써나갈 때 '삶의 의미'가 중요하듯, 책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의 의미'입니다. 책을 쓰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 단면을 쓰는 것과 같거든요. 만약 여러분이 책 1권 아니, 글 1편을 쓰더라도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바로 '의미'입니다. 

너무 어렵다고요? 제가 힌트를 드릴게요. 책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단어와 문장 그리고 글로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죠. 다시 말해, 

책의 의미는 곧 책의 메시지라는 말입니다. 

책의 메시지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입니다. '책의 메시지가 뭐냐?'에 따라서 목차가 달라지고 구성이 달라지고 독자층이 달라지고 책의 가치가 달라지죠. 

이런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그만큼 책의 메시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책의 메시지를 정하는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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