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사라진 그들

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by Kay

저는 개발자 T를 통해 스타트업, 개발자, IT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조직의 많은 동료들과 더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그 조직에서 나이가 아주 많은 시니어였습니다. 그래서 동료들은 당연히 저를 어렵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 시니어인 데다가 건설사에서 오래 근무를 했으니 성격마저 거칠(?) 거란 추측성 소문까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개발자 T를 통해 동료들은 저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저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영업, 디자인, 마케팅 등 회사의 주요 직군들과도 골고루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HR LEAD는 조직 내의 다양한 직군, 직무, 지위의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 사이에서 오는 수많은 문제들을 결국 HR LEAD가 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는 조직의 다양한 HR 이슈들을 알게 되었고, 극단적이고 피상적인 방법은 지양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누군가에는 제가 권력을 탐하고, 타인의 약점을 캐고 다니는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저는 점점 조직에서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나이가 있기에 이직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처음으로 헤드헌터라는 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이 고민은 시즌 1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강의 관련 일거리가 끊겼을 때 저를 생존할 수 있게 도와준 단초가 되기도 하였지요.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내던 어느 날, 몇몇 직원들의 퇴사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시의 조직 구조상 제가 직접 그들과는 퇴사 면담을 하지 못했을뿐더러, 직접 사직서를 받지도 않았기에 퇴사를 한 다음에야 그들의 퇴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퇴사자는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 개발자 T, 그리고 그와 지근거리에서 일하던 가까운 동료들이었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났다고 좋아했었는데, 너무나도 허무하게 개발자 T를 비롯해서 저에게 우호적이었던 동료들이 훌쩍 떠나가버렸습니다.



kay_kim_A_desolate_wind-swept_plain_under_a_heavy_sorrowful_s_65f7eaff-8b94-4d63-833d-8b02bc879500_1.png



저는 더 조직에서의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아직은 저의 상황을 이해해 주는 동료들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의 퇴사도 멀리 있지는 않은 듯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당시 실무의 주축이었던 동료들 대부분 오래지 않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 저는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극복해 보고자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당시의 저에게 글쓰기를 시작해 줘서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때의 글쓰기 덕분에 저는 많은 기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렇게 과거를 회상하며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2-11. 20년을 거슬러 올라간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