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20년을 거슬러 올라간 인연

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by Kay

모든 조직이 다 그렇지만 권력만 탐하며 사내정치를 일삼는 사람들만 있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일에 만족하면서 평화롭게 업무에만 집중하고 싶은 사람도 많습니다. 이들은 권력에 큰 관심이 없기에 주변의 동료와 재미있게 지내고자 합니다. 가끔은 퇴근길에 치맥도 같이 즐기고, 때로는 작정하고 새벽까지 모두 모여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런 친목활동을 매우 안 좋게 보기도 합니다. 만약 회사의 자원인 법인카드로 일부 인원들만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면 바람직하진 않겠지요. 하지만, 근무시간도 아닌 퇴근 후에 그리고 각자 내돈내산으로 음주가무의 시간을 갖는다면 크게 문제없는 것이 일반 상식일 겁니다.



없는 자리에선 나랏님도 욕한다.




직장인들에게는 비슷한 지위의 동료들끼리 속을 푸는 자리도 필요합니다. 꼰대와 비꼰대의 차이는 본인이 없는 단톡방을 인정하느냐의 차이라고도 하지요. 하지만 당시 제가 있던 조직에서는 이런 사적인 자리조차 매우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저는 개발자 한 명을 새로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건설업, HR 등에서 일했기에 개발자와는 인연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 스타트업에 와서 거의 처음으로 개발자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들과는 편안한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한번 집중하면 몇 날 며칠을 그 누구와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개발자들이나 일에 관련된 사람들과도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할 뿐 실제 물리적인 대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쉴 때 무작정 말을 걸 수도 없었습니다. 몇 시간 만의 휴식시간에 제가 눈치도 없이 방해하면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회사의 개발자 리더 한 명(이제부터 개발자 T라고 칭하겠습니다.)과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하게 된 것이지요. 대화를 해보니 개발자 T는 저와 대학교 동문이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제가 회장이었던 벤처동아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동아리의 회장으로서 크고 작은 행사들을 했었는데요, 그 행사들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게임회사의 지원을 받아 당시 아주 Hot했던 아셈 메가웹스테이션에서 주최했던 행사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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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교내 산학협력단의 벤처동아리와 신생 벤처기업들을 코칭해 주셨던 교수님이라는 공통분모까지 있었습니다. 많은 우연이 겹치게 되면서 저는 개발자 T와 좋은 인연으로 교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복학 후 동아리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동아리 회장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떠들썩하게 학내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만날 수 없을 인연이었지요.



저는 개발자 T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스타트업과 개발자 그리고 IT에 대해서 폭넓게 배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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