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대기업을 비롯해서 보수적인 조직에서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보냈던 저에게 스타트업의 생활은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서로 간의 호칭은 ‘님’이 기본이었습니다. 직책이나 직위가 들어간 호칭이 무조건이었던 보수적인 조직과 달리 스타트업은 일부 직책자를 제외하고는 굳이 직책이나 직위 호칭이 필요 없었습니다.
또 하나 충격적인 것은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주요 경영층은 모두 저보다 나이가 어렸습니다. 띠동갑인 동료는 흔했습니다. 저와 약 20년 차이가 나는 동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이는 경험의 또 다른 표현일 뿐, 서열과 계급을 구분하는 기준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던 제도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HR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조직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저도 역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역시 경험과 역량이 많이 부족한지라 많은 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실수들은 나중에 제가 리더십에 대한 글을 쓸 때 많은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자양분이라는 표현으로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사와 이직을 끊임없이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이미 나이는 40 후반을 향해 달리고 있기에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피부로 체득한 몇 가지 권력의 법칙은 지금도 금과옥조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1. 성급한 개혁은 화를 부른다.
2. 탕평책이 변질되면 군웅할거의 시대가 온다.
3. 호랑이가 자리를 비우면 여우가 왕의 위세를 누린다.
어떠한 의미인지는 직장생활을 해본 분이시라면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당시 이 법칙들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미움을 샀으며, 왜곡된 정보가 보고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이 사실들을 알았지만, 이미 상황은 악화되어 저는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저에 대해 거짓 정보를 보고했던 어떤 리더는 퇴사하면서 본인이 거짓보고를 한 점은 인정했지만, 사과는 없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수많은 조직들 중 약육강식과 권력다툼이 가장 횡행했던 조직이었습니다.
하지만, 고통만 있는 줄 알았던 그 조직에서 저는 20년 전, 제가 벤처동아리에 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 인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