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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심 Aug 24. 2022

감동받을 준비가 된 걸까?

감동과 소리 공명의 아날로지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난쟁이 오스카는 양철북을 늘 지니고 다닌다.  누가 양철북을 뺏으려 하면 소리를 질러 저항한다. 그 소리 때문에 주변의 유리가 깨진다.


유리가 깨지는 이유는 바로 공명(resonance) 현상 때문이다. 오스카가 지르는 소리의 주파수(fo)와 유리의 고유주파수(fn) 일치했을 때 공명이 일어나고 유리는 떨림이 증폭되어 깨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발맞추어 행군하는 군인들이 일으킨 공명 때문에 프랑스의 앙제 다리(Angers Bridge)가 붕괴되었던 사고와 같은 경우이다.


공명: fo = fn




공명은 우리가 느끼는 감동과 닮았다.


우리가 감동을 받을 때를 생각해보자. 대가 없는 희생에 깊은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대체로 감동은 ‘지극한 공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순도 높은 공감은 나의 생각(고유주파수)과 남의 생각(주파수)이 일치를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하다. 공감에 이은 감동은 마음에 와닿고 깊은 울림을 준다고 말한다. 감동에 의한 울림 또한 공명에 의한 떨림과 닮았다.



말하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은 말과 글을 통해 청자와 독자에게 공감을 넘어 때로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청자와 독자의 고유주파수를 고려하여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는 말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창작자의 뛰어난 공감능력으로 대상의 고유주파수(흥미 혹은 관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공명은 작은 외력으로도 일어난다.

박지성이의 인생을 바꾼 한마디 말처럼



공명을 이용하면 아주 작은 외력으로 아주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오스카의 소리는 비록 귀에는 크게 들리지만, 물건 자체를 떨리게 하는 힘은 약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명이 일어났을 때 작은 외력이 유리의 떨림을 증폭시킨 것이다.


감동도 마찬가지다. 장황한 말보다 ‘딱 맞는 말’(정확한 주파수)을 했을 때 상대는 감동을 받는다. 세상에 이름을 남긴 많은 사람들은 ‘사소한 계기 혹은 한마디 말’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는다.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의 한마디 말이 자신의 삶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 말은 사소하고 흔한 '정신력이 훌륭하다'라는 것이었다. 칭찬이 외력으로 작용하여 박지성에게 큰 울림을 준 것이다.
출처: 한국일보


박지성은 히딩크의 사소한 말(외력)에 감동받아 자신의 삶을 바꾸었지만, 히딩크의 말이 모든 선수들에게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감동과 공명은 상대와 나의 주파수가 일치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사람의 고유주파수는 평소 생각, 관심, 신념 등과 관련되어 있다. 박지성이 평소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히딩크의 말이 효과를 낸 것이다. 사람마다 단 하나의 고유주파수를 갖는 것은 아니다. 바이올린의 몸통이 여러 고유주파수를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다양한 고유주파수를 갖는다.






감동받고자 한다면 '감동받을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감동을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감동을 동력으로 삼아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우리는 감동을 받는 것에 너무나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감동을 주는 사람이나 좋은 강연을 쫓아다니는 것이 그 예이다.



적극적으로 감동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공명현상이 감동받기를 원하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자신의 고유 주파수를 뚜렷하게 하라는 것이다. 즉, 평소의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 주관을 뚜렷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딱 맞는 주파수의 외력이 스치기만 하더라도 큰 감동을 받아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누가 그 외력을 행사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남의 산에 돌 하나 풀 하나에도 감동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바뀌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특히 습관이 그렇다. 습관을 바꾸려면 습관을 들이는데 들인 노력의 몇 곱절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 바뀐다고 말한다. 하지만, 감동은 기분 좋게 남과 나를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안에서 쪼고, 어미 닭이 밖에서 동시에 때를 맞추어 쪼아야 하는 '줄탁동시'의 지혜와도 닿아 있다.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나 한 가지 생각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이 감동받기 쉬운 것 같다.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아 감동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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