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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덕 Sep 07. 2020

매일 산책 연습

매일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매일 쓰지는 못하지만, 매일 쓰고 싶다는 생각은 매일 하고, 매일 써야지 하는 생각도 매일 한다. 매일 쓰지는 않지만 매일 쓰고 싶고, 써야지 써야지 하는 생각은 매일 하는데, 그러다보면 매일 써지는 날도 오려나? 매일의 생각들이 차곡 차곡 마일리지처럼 쌓이다가 어느날 마지막 스탬프를 찍으면 그때부터 매일 써지려나? 매일 쓰는 의지는 어디서 오나? 유전인가? 환경인가? 운명인가? 우연인가? 필연인가? 다짐인가? 자유의지인가? 실제로 쓰는 건 어떻게 가능하나? 그러니까 난 매일 안 쓰는 사람이라서 매일 쓰는 사람보다 매일 쓴다는 것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려나?  


매일 하는 것들 :  커피 마시기, 이 닦기, 휴대폰 충전하기, 유튜브 접속하기, 밥 먹기, 장 비우기, 음악 차트 보기, 로션 바르기, 방바닥 쓸기, 이어폰 줄 풀기, 코 풀기, 카톡 숫자 없애기......... 


매일 하는 것과 매일 하는 걸 생각만 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지금 이 글은 매일 쓰기 시작하는 사람이 쓰는 첫 글이 될 수 있으려나?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도, 돌연히, 불현듯, 문득, 얼핏, 좌우지간! 산책을 다녀와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어쩌면 글은 머리(생각)로 쓰는 것도, 손으로 쓰는 것도, 키보드로 쓰는 것도 아닐지 모른다. 


가설1 : 글은 발로 쓰는 것이다. 


한 걸음에 한 문장, 두 걸음에 두 문장,..... 이런 식으로 만보를 걸으면 만 문장이 나와 책을 한 권 쓰게 되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걸으면 쓴다는 인과관계가 어느정도 성립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쓰고 싶다, 써야지 하는 생각을 포기하고, 매일 산책을 하기로 했다. 걷다보면 써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다가 글을 쓰고. 글을 쓰다가 산책을 하고. 글-산책 순환 고리 법칙의 산 증인이 될 수 있으려나? 


매일 산책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두고볼 일이다. 좀 전에도 산책을 다녀왔다. 

1004자의 글이 써졌고, 아메리카노는 미지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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