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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하 Jun 06. 2022

꿉꿉한 날의 향기로운 처방

라벤더, 일랑일랑, 탠저린 캔들


아침 일찍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오랜만에 캔들을 만들었다. 라벤더와 일랑일랑, 탠저린 향기로 오늘의 꿉꿉한 공기를 날려버릴 작정이었다.
처음 사용해본 탠저린은 만다린과 매우 비슷한데 약간의 쌉쌀함이  스푼 더해져 살짝 거친 느낌이 난다. 그래서 만다린이  선호되는 것이겠지.
일랑일랑은 ' 중의 '(말레이어) '가난한 자의 자스민'이라는 극단적인 별칭을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꽃이다. 자스민과 유사한 성분들이 있고 자스민이 워낙 고가라 이런 별칭이 붙었겠지만 실제로는 자스민과는  다른   편안하고 유니크한 향을 낸다. 지난주 고체향수를 만들고  분들이 일랑일랑이 이런 향인  몰랐다 신기해한  생각난다. 유명 향수에 많이 쓰이면서 이름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름만큼 실제 향은 대중적으로 친숙하지는 않은  같다. 함유된 인돌 성분 때문에 호불호가 있을  있지만 적당히 브랜딩하면 향기로운 꽃향을 내면서도 무게감이 있어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베이스 노트의 기능도 한다. 항우울과 혈압 강하, 최음제의 효능도 가지고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아로마테라피의 시작을  라벤더의 효능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 조물락 비누를 만들다가 화상을 입었는데 바로 라벤더를 발랐더니 금방 나아버린 것이다. 벌겋게 부어오른 손가락에서 화기가 휘리릭 빠져나가고 허옇게 자국이 남는  꽤나 신기했다.


왁스가 다 굳어 심지에 불을 붙였다. 면 심지가 아니라 나무 심지로 만든 캔들에서는 신기하게도 장작 타는 소리가 난다. 불꽃의 흔들림을 주시하며 그 작은 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있을 때 만들어지는 공감각적 쾌감은 내가 붙박혀 있는 시공간의 흐름을 바꿔 놓는 것만 같다.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오늘의 내가 좀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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