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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08. 2020

[사피엔스] 외 - 유발 하라리

스스로를 끊임없이 초월하려는 '호모 사피엔스'의 '과학적 역사'

책소개)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2011) 외
- 스스로를 끊임없이 초월하려는 '호모 사피엔스'의 '과학적 역사'


"이 책의 시작에서 나는 역사를 물리학, 화학, 생물학으로 이어진 연속체의 다음 단계라고 말했다. 사피엔스 역시 모든 생명체를 지배하는 물리적인 힘, 화학반응, 자연선택 과정에 종속된다... 사피엔스는...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룩한다고 할지라도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이것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4부 20장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

이른바 '빅히스토리' 열풍을 불러 일으킨 책 [사피엔스]는 영국에서 중세 전쟁사를 전공한 이스라엘 출신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인류의 역사를 전 지구 역사 속의 모든 생명체와의 관계를 통해 통크게 확장시켜 고찰한다. 전쟁의 역사는 문명의 질적인 전환을 다루게 되므로 저자는 박식함을 토대로 인류의 거대한 역사, '빅히스토리'를 풀어낸다.

과학과 역사의 접합을 통해 전개되는 호모 사피엔스의 궤적에서 하라리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등 3가지 혁명을 통해 인류가 발전했다고 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약 600만년 전, 직립보행인호모 에렉투스는 70만년 전, 현재 인류의 직계조상 호모 사피엔스는 약 1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태동하였으나 '인지혁명'은 약 7만년 전이며, 인류가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유연'한 언어를 사용한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지적인 뇌구조는 우연하게 만들어진다.

"인지혁명이란 약 7만년 전부터 3만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이론은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전에 없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 [사피엔스], <1부. 인지혁명>

'인지혁명'을 통해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 같은'형제들'을 멸종시키고 살아남아 진화한 결과 현재 인류가 되는데 이는 '유연한 언어'만이 아니라 '상상'을 통해 '허구'를 만들어내고 이를 중심으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하나로 단결하게 하는 능력 때문이기도하다. 바로 '이데올로기'이다. 종교, 이념처럼 현실은아니지만 현실적 힘을 지닌 허위의식, '이데올로기'는  인류 역사에서 신화의 기원이다.

"어느 종이 성공적으로 진화했느냐의 여부는 굶주림이나 고통의 정도가 아니라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개수로 결정된다...만일 한 종이 많은 DNA 복사본을 뽐낸다면 그것은 성공이며 그 종은 번성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혁명의 핵심이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있게 만드는 능력."
- [사피엔스], <2부. 농업혁명>

우리는 역사를 통해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오는약 1만년 ~ 6천년 전 '농업혁명'을 통해 수렵채취에서 정착문명이 자리잡으면서 인류가 더 번영한 것으로 배웠다. 하라리에 의하면 절반만 맞는데, 인류는 '농업혁명'으로 자연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밀'이라는 작물종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란다. 농경사회는 결코 풍족하지도 건강하지도 않았다. 정착하면서 인구가 늘어났고 수확은 보잘 것 없어 대부분이 굶고 병균의 전염이 용이해 더 많이 죽었다는 것인데, '밀'의 번식에 더 기여하고 말았으니 차라리 수렵생활이 더 풍족하고 건강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긴, 채 백년도 안된 우리 과거만 해도 보릿고개와 전염병으로 사망률이 높았지 않은가.

"농업혁명 이래 인간사회는 점점 더 규모가 크고 복잡해졌다. 그동안 그런 사회질서를 지탱하는 상상의 건축물 역시 더욱 정교해졌다. 신화와 허구는 사람들을 거의 출생 직후부터 길들여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특정한 기준에 맞게 처신하며, 특정한 것을 원하고, 특정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다. 이런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가 바로 '문화'다.
- [사피엔스], <3부.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에 들어가기 앞서 '농업혁명'으로 정착의 공동체를 형성한 인류는 '문화'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계급 피라미드를 구축하고 국가를 건설하고 '제국'으로 통합된다. 하라리는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를 '형제(네안데르탈인) 살해범', 전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대량 학살자'라며 전 생명체 입장에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려 하나, '인류의 통합' 최고체제로서 '제국'의 긍정성은 강조한다. 지난 "2,500년간 세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정치조직"인 '제국'은 그 자체로 독재는 아니며 그 '문화적 확장성'을 통해 인류를 '통합'했는데 "전투에서는 지고 또 지면서도 전쟁에서는 이기면서 타격을 입더라도 버티고 유지하는 능력"으로 지금까지 인류문명을 발전시키고 유지한 가장 효율적인 체제라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에게 '제국'은 인류의 현실역사에서 '최고의 체제'이다.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인류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
- [사피엔스], <4장. 과학혁명>

인류의 첫 번째 '해방'은 '신화'로부터 인간의 '자유의지'를 해방시킨 '철학'이고, 두 번째는 '종교(철학)'로부터 객관적 자연법칙을 해방시킨 '과학'이다.
'제국'의 영향으로 인류 문화가 통합되어 가던 약 5백년전 '과학혁명'을 통해 글로벌 자본주의가 더 발전하고 정보혁명이 진행되고 있는데, 하라리는 다른 모든 사상들을 무위로 돌리는 한편 결코 찬양하지는 않으면서도 '과학과 자본주의'의 현실적 힘을 또한 강조한다.
유발 하라리에게도 역사는 '과학'이다.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인류 역사에서 '과학'적 지식에서 '세 번의 (신)대륙 발견'이 있었는데, 이'과학적 발견들'은 기존 사상체계에 혁명적 전환을 불러온 '인식론적 단절(절단)'이다.

"사실 우리가 인류 역사에 있었던 위대한 과학적 발견들을 살펴볼 때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을... 거대한 이론의 '대륙들'이라고 불러야 할 것과 연계시킬 수 있는 건 아닌가... 마르크스 앞에는 오직 두 개의 '대륙'만이 계속된 인식론적 단절로 인해 과학적 지식으로의 길을 열었다... 두 개의 '대륙'이란 (탈레스 등) 그리스인의 '수학의 대륙'과 갈릴레오와 그 후계자들에 의해 열린 '물리학의 대륙'이다... 인식론적 단절에 의해 마르크스는 제3의 과학의 신대륙, 즉 '역사의 대륙'을 과학적 지식을 향해 활짝 열어 놓았다."
- 루이 알튀세르, [레닌과 철학] (1968)

'과학적 지식'의 입장에서 탈레스로부터 시작된 그리스 철학은 수학(논리)적 사고의 발견으로 기존 신화적 사고와 '인식론적 단절'을, 갈릴레오로 시작된 물리학(이후 화학, 생물학 등 일체 자연과학)의 발견으로 기존 종교사상과 '인식론적 단절'을, 마르크스로 시작된 '역사유물론' 의 발견으로 기존 관념적 역사관과 '인식론적 단절'을 이루면서 인류 사상은  혁명적으로 전환되어 왔다.

하라리는 한때 세계 최강이었던 중국 제국이 유럽 제국들에게 뒤쳐진 이유는 '본인들은 모든 걸 다 갖추어서 더 이상 수용할 게 없다'는 자만이었다고 한다. 이에 반해 뒤쳐진 유럽 제국은 본인들의 '무지'를 인정하고 '과학'의 힘에 의해 계속 혁신해 나간 결과 세계를 지배했으며, 그들의 무기인 '과학과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인공지능, 신인류 등의 발명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결국 성공할 것이며, 이러한 '유연성'에 힘입어 '사피엔스'는 종말하고 '신적 존재(호모 데우스)'로 다시금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결론으로 옛날 메소포타미아에서 영원불멸을 꿈꿨던 '길가메시'를 따서 이름지은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신(호모 데우스)'이 되려는 '사피엔스'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하기보다 '욕망'을 설계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사피엔스]는 끝을 맺는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초월하려는 '사피엔스'는 과연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길가메시 프로젝트가 과학의 주력상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과학이 하는 모든 일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한다... 우리는 머지않아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대단히 방대하고 재미있는 책이기는 하나, 아쉬운 점은 인류 역사에서 '철학의 부재'를 염려하는 유발 하라리가 인류 최고의 정치체제로서 '제국'의 '빅히스토리' 속에 더 나은세계, 더 나은 역사, 더 나은 인류 등의 상상력 따위는 다 갈아넣어 버린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빅히스토리'는 '과학과 자본주의'의 힘으로 '신'이 되려는 공상과학적 [호모 데우스]와 [사피엔스]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을 미래예언서로 재탕하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일 뿐이다.

재미는 좀 덜해도 하라리식 '빅히스토리'의 모티브였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1997)의 진지함과 겸손함이 더 돋보인다.

***

1.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조현욱 역, <김영사>, 2011.
2.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역, <문학과 사상사>, 2017.
3. [총,균,쇠], 제레드 다이아몬드, 김진준 역, <문학과 사상사>, 1998.
4. [역사의 역사], 유시민, <돌베개>, 2018.
5. [레닌과 철학], 루이 알튀세르, 이진수 역, <백의>, 1991.


(2020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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