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긍정의 주문이 필요할 때 읽어야 할 책
영화 ‘세얼간이’에서 알이즈웰이라는 노래가 흐른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긍정의 말로 뮤지컬풍 장면이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마치 동화 신데렐라의 요정이 호박을 마차로, 누더기 옷을 드레스로 바꾸는 마법을 시전 할 때 소망이 실현되는 희망과 믿음의 외침으로 비비디 바비디 부(Bibido Babidi Boo)를 주문하는 것과 동일하다.
류시화의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도 비슷한 뜻의 단어가 나온다. ‘뱅제 도브제’. 폴란드어로 ‘다 잘 될 거야’라는 의미다.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 혹은 문장을 반복하면 강력한 파동이 생겨 마음이 초능력의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인데 이 책 자체가 삶을 긍정할 수 주문처럼 느껴진다.
단순히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며 강요하는 대신 가슴 울리는 우화를 이곳저곳에 포진해 놓고 스토리를 풀어낸다. 스토리의 힘은 강력해서 읽을수록 젖어들고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미워할 수 없는 나의 제자’라는 제목으로 쓰인 챕터다. 불쑥 어느 제자의 이야기로 시작된 첫 문장은 제자가 가지지 못한 것, 제자의 한계와 허점 투성이를 긴 시간을 할애하며 늘어놓는다. 이렇게 대놓고 자기 제자의 흠결을 깎아내려도 되는지 걱정이 들 때 즈음. 그 제자가 다름 아닌 본인의 연약한 마음임을 털어놓는다. 반전 있는 전개가 소름 끼치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연약함 자체는 인간 본성이므로 약점만으로 인식하지 말고 무한한 가능성의 토대라는 것 역시 빼놓지 않는다.
이 이야기 이외에도 스승과 제자 사이의 우화가 많이 등장한다. 작자 미상의 한 이야기에서는 한 스승이 4명의 제자에게 한 명씩 차례로 여행을 보낸다. 배나무 한그루를 보고 오는 여행이었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계절별로 여행을 다녀온 제자들은 각자의 계절에서 관찰한 배나무의 모습이 세상의 전부인 마냥 이야기한다. 물론 스승은 나무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한 계절의 모습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계절을 겪은 후에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든 계절만으로 인생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한 계절의 고통으로 나머지 계절들이 가져다줄 기쁨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만 겪어 보고 포기하면 봄의 약속도 여름의 아름다움도 가을의 결실도 놓칠 것이다.”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모습을 일반화하고 전체인 것처럼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야기 하나로 전해준다. 책을 완독 하면 모든 것이 마음먹는 것에 달려있다는 작지만 명확한 진리를 확인하게 된다. 우리 주변의 펼쳐지는 다양한 일들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변수 중에 그나마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는 것이 내 마음이고 내 심리일 것이다. 단언컨대 그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곁에 두고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주문이 알이즈웰이든, 비비디 바비디 부이든, 뱅제 도브제이든 상관없다. 자존감을 인식하고 스스로 긍정할 수 있는 외침이 필요하다. 좋은지 나쁜지는 누가 아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가진 마음 먹기에 달려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