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행복의 기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

by 제이스


블로그에 매료되어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의 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서울에 연고가 없어서 친구 집에서 몇 달 신세를 지다가 한 옥탑방 월세를 구해서 이사를 했다. 몇 년 후 PR 에이전시에 스카우트되었고 디지털 마케팅의 세계에 입문했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SNS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위 잘 나가는 SNS를 직접 써보고 어떤 콘텐츠가 주요한지 체득할 수밖에 없었다. 10년 넘게 안 써본 플랫폼이 없었다.


이커머스 마케팅 회사로 이직하면서 나의 SNS는 뜸해졌다. 바쁜 것도 영향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Like에 의존하는 일상의 허세와 실제의 삶 사이에 괴리가 더 이상 콘텐츠를 올리는데 주저함을 만들었다. 가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리는 게 전부다. 24시간의 휘발성이 있어서 부담이 적고 친한 친구 서클 안에서만 공유할 수 있는 마이크로 타기팅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한몫했다.


글을 쓰면서 텍스트 기반의 짧은 글을 올릴 수 있는 SNS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라는 비호감 CEO가 인수하면서 보지도 쓰지도 않는 툴이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에 가끔 연계해서 올라오는 스레드가 오히려 내 짧은 글을 올리기에 적합한 채널 같아서 자주 둘러보는 편이다. 오늘 한 편의 글이 시야를 끌고 뇌리에 박힌다.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15만 명을 진료한 이근후 교수는 삶에 대해서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buttiga07


출처는 분명하지 않지만 행복에 대한 공식을 저장해 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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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요약하면 '인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시간당 행복의 총합'이다. 50년간 15만 명을 진료한 정신과 의사도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삶이란 시간당 느끼는 행복의 총합이다. 즉 행복은 '강도'보다는 '빈도'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이 소소한 행복은 성취감일 수도 있고 자존감일 수도 있고 생활 속 작은 루틴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규정할 수 없는 즐거운 기운이 있다. 내게는 그게 블로깅과 글쓰기다. 글을 쓰려면 경험해야 하고 물리적인 경험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으니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 보면 상상하게 되기도 하고 스파크가 일어난 것처럼 전에 없던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한다. 그걸 낚아채서 기록하고 박제하는 것이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영혼이 살찌고 감성이 풍부해지고 어제보다 오늘 분명 성장했음을 느낀다. 작고 소중한 순간순간이 모여 결국 앞으로의 삶이 된다. 그 안의 촘촘하면서도 작고 잦은 행복을 찾아서 나는 오늘 스스로를 또 자극한다. 나는 오늘 스스로 또 책을 읽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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