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평범함의 소중함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처럼

by 제이스

영화 금지옥엽은 1994년 개봉작으로 장국영이 출연하는 영화다. 첨밀밀을 연출했던 진가신 감독의 작품으로 원영의가 남장을 한 여성으로 등장해서 장국영과 호흡을 맞춘다. 특히 영화 전반을 흐르는 주제곡인 追 (추)는 극 중에서 장국영이 원영의를 옆에 앉혀놓고 피아노 연주와 함께 들려주는 노래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다. ‘함께하는 평범함의 소중함’이라는 주제가 노래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장국영이 원영의를 바라보는 애틋함을 잘 담아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사랑의 결실을 맺은 지인 N과 A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둘은 성소수자다. 둘은 2년여간의 연애 끝에 서로를 반려자로 맞았다.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에 N이 A의 사랑을 처음에는 뿌리쳤고 거부했다. 하지만 둘은 운명처럼 함께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결혼을 생각했을 때 꽃 장식을 하고 싶었고, 꽃장식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어울릴만한 하객이 필요했다고 이야기했다.


일반식장이 아닌 연희동의 한 탁 트인 스몰웨딩 장소에서 예식이 진행되었다. 여러 차례 본인의 성정체성을 커밍아웃하고 더 자신감 있는 소셜활동을 전개한 N과는 다르게 A는 아직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현장을 방문한 하객에게 A의 모습이 담긴 사진 혹은 A를 가늠할 수 있는 어떠한 내용도 SNS를 비롯한 외부에 올라가지 않도록 당부의 방송이 연속해서 울려 퍼졌다.


양가 부모님 중 N의 부모님만 참석했기 때문에 성혼선언문 낭독은 N의 아버지가 직접 읽어 내려갔다. 서로 간의 애틋한 사랑을 스토리텔링하는 낭독도 이어졌다.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에 너무 애정이 묻어있어서 객석에서는 연거푸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결혼을 축하하는 축가도 이어졌는데 N과 A가 비밀리에 준비한 노래였다.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이 웨딩 식장과 연희동 골목 사이사이로 울려 퍼졌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향기 나는 연필로 쓴 일기처럼 숨겨두었던 마음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아침하늘빛에 민트향이면 어떨까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부터



가사를 곱씹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두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하모니를 맞추는 노랫말이 더없이 가슴에 와닿았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앞서서 그 누군가가 대변해서 노랫말을 지은 듯한 느낌이었다. 눈빛, 몸짓, 표정이 서로를 향해 있었고 그 마음이 온전히 노래에 묻어서 전해져서 가슴 떨리는 먹먹함으로 다가왔다.


식장에 입장하기 전 두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덕담이 무엇인지 나무껍질에 적는 코너가 준비되어 있었다. 무슨 말을 전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떠오른 문구가 “함께하는 평범함의 소중함”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평범하지 못했다. 둘 중 A는 가족과 주변에 이 결혼에 대해서 끝끝내 알릴 수 없었던 성소수자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제 하나의 길을 나아가는 서로의 반려자가 되었다. 함께한다는 것의 평범함 그 소중함을 앞으로 더욱 많이 느끼게 될 것이다. N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별금지법 통과를 위해 농성 중인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응원해 달라는 말을 이어나갔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처럼 걱정 없이 두 사람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그들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둘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고 독일로 함께 건너가 혼인신고를 하고 모험적이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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