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줄

마음을 다시 펼치는 문장 모임

by 제이스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건 정서적인 충격을 받고 난 직후였다. 관계가 소원해진 아내와의 대화 속에서 더 이상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6년 결혼 생활을 이어오는 동안 상대의 존재가 때론 힘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그늘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의 절반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에 놓였다.


술을 마셔도 멍하니 생각에 생각을 더해도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하는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질문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무턱대고 집을 나서 도서관을 향했다. 갈 곳이 없어서이긴 했지만 도움이 될만한 책은 없을까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책을 읽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고 나서 비로소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 관련 책도 찾아보게 되고 50을 넘어 은퇴시기에 가족과 괴리되는 중년의 외로움과 관련된 책도 손길이 갔다.


하루하루 읽어 내려가면서 마음속에 남는 문장을 골라 옮겨 적다가 이상하게도 평온한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책이란, 독서란 지식을 얻는 것에 머물지 않고 때로는 이렇게 위로가 되고 위안을 주기도 하는구나 느끼면서 문득 독서클럽을 만들고 싶어졌다.


책을 많이 읽는 독서 커뮤니티가 아니라 내 인생을 바꿀 한 줄의 문장을 찾는, 의미를 이끌어내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 사내 게시판에 모집 공고를 올리고 총 9명의 지원자가 모였다. AE, 디자이너, UX/UI, 퍼블리셔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다시, 한 줄>이라는 커뮤니티에 함께하길 희망했다.


애초에 5명 정도가 적합하지 않을까? 그 정도 숫자여야 토론도 하고 뜻깊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것도 나쁘지 않다. 어떤 의미로 신청을 하게 되었는지,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내 인생의 한 문장은 무엇인지를 서베이 했다.


한 문장을 찾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그만큼 힘든 나날의 보내는 사람들이 많고 내가 가는 이 길이 진정 올바른 방향인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모임을 뜻깊은 커뮤니티로 만들고 싶다.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함께 부대끼는 과정에서 책을 읽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소소하지만 가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 스스로 독서하고 문장을 찾고, 삶에 대한 질문의 답을 책 속에서 구할 수 있다면 커뮤니티를 졸업하는 구조로 만들고 싶다.


내 지식수준에 맞고 읽는 페이스를 스스로 조절하려면 좋아하는 책을 선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많은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정분량을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는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는 결과의 원동력을 얻기 위함이지 친목이 메인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체득한 눈부신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다시, 한 줄'의 한줄러가 많아졌으면 한다. '다시, 한 줄러' 어감이 마음에 든다. 어제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다 보면 분명 깨달음의 시간을 준비하고 나아가고자 한다. 나중에는 책을 읽는 행위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과정도 만들어보고 싶다.


다시, 한 줄 책읽기, 다시 한 줄 글쓰기를 페어링 과정으로 테스트해 보고 사내모임이 아니라 대외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고 싶다.


'모든 문제는 해결되거나 소멸된다.'


오늘도 나는 책을 읽고 문장을 수집하는 수집가의 삶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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