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는 에너지를 주고받는 일

1ON1 일대일 면담의 가치

by 제이스

대학에서 수업을 하다가 한 학기 동안 학생들과 1:1 면담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대학시절을 떠올려보면 철저하게 아싸(아웃사이더)였다. 수업 빼먹는 걸 밥먹듯이 했고 같은 과에 친한 사이도 없었다. 당연히 교수님과도 연결고리가 없었다. 교수님과 진로상담을 하거나 수업 중에 궁금한 것을 찾아가 묻는 일도 없었다. 그저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존재처럼 여겼다.


겸임교수를 제안받았을 때 무척 망설였다. 스스로 누군가를 가르치고 알려줄 수 있는 자격이 될까라는 생각이 먼저였고 숨쉴틈 없이 머리를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강연준비를 하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추가로 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역할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R 제작 및 실습이라는 수업명도 현업에서 느낀 점을 사례 중심으로 풀어서 설명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 와서 든 생각이지만 안일한 생각이었고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지식들이 검증된 것인지 확인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매주 반복되었다. PT자료 만드는 건 이력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3학점 수업의 3시간을 쉬지 않고 이야기하려면 매주 100장 이상의 PPT 장표를 만들어야 했다.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코로나로 대면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고 학생들의 얼굴을 실제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대면 줌 수업을 준비해야만 했다.


내가 상상하던 강단에 선 모습이 아니라 사이버 저편에서 내가 가진 지식을 풀어내는 인강 강사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이해는 하고 있는지 내 수업이 재미는 있는지 도통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1ON1 일대일 면담을 시작했다. 수강학생이 40명이었기 때문에 주차별로 일정을 정하고 1인당 30분 정도의 면담을 진행했다. 평소에 알지 못했던 수업에 대한 의견과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고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개선점들이 면담과정에서 흘러나왔다. 계속 학생들과 면담하면서 수업을 튜닝해나가다 보니 일방적이지 않았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수업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새로운 학기가 다시 한번 시작되면서 이번에는 대면수업으로 전환이 되었다. 하루 20만 명 이상 찍었던 확진자도 어느새 4-5만 명 선으로 축소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대면 혹은 비대면을 학생 스스로 선택하게끔 했고 대면 면담의 경우 강의가 있는 날 빈 강의실을 잡아서 진행했다. 대면수업에서는 학생들의 표정과 같은 반응이 즉각적으로 전해진다. 이해를 하고 있는지 어려운지 지루한지 등 템포와 난이도를 조정해서 수업할 수 있다. 하지만 속마음은 이해할 수 없다. 어떤 파트의 내용이 흥미로운지 어떤 주제를 더 확장해서 수업을 전개해야 할지와 같은 의견은 1:1 면담에서 수집한다.


의외로 트렌드와 사례 관련 파트가 관심이 많고, 팀플이라고 하는 팀과제 중심의 수업은 다른 수업에서도 많이 진행하고 있어서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교수입장에서는 수업 중에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고 요청도 하고 제안도 하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늘 상상하지만 초중교와 대학교 내내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없는 일방향 수업에 익숙한 패턴대로 수업은 진행된다. 교수는 늘 어려운 위계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일 뿐이라는 솔직한 이야기도 1:1 면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교수도 학생들의 반응으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다소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지난 학기 교수평가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학생이 평가에서 ‘대학다운 수업을 한 학기 동안 들을 수 있었다’를 적었고 이 단순한 한 문장이 아주 오랫동안 머릿속에 각인되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교수님 그 피드백을 적은 학생이 저예요!’ 나도 학생도 깜짝 놀랐다. 설문이 익명으로 진행되는 터라 누구일까를 상상하면서 지냈는데 실제로 눈앞에서 만나게 되니 어색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마치 오랜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된 기쁨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1ON1을 하면서 ‘블랙독’이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기간제 선생님인 여주인공인 정식 교사를 채용하는 면접에서 왜 선생님이 되시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한다.


‘학생들을 보면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요!’


그 마음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내가 가진 소박한 지식을 전하면서 나도 좋은 기운을 받는다.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가 수업 내내 흐르는 과정. 그 속에 나도 학생도 성장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해당 수업은 3번의 학기만 진행하고 중단되었다. 현재의 직장이 겸업을 금지하는 곳이어서 더 이어나갈 수 없었다. 세 번의 학기 동안 내 삶에 작은 발전소 하나를 운영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매주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았고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


직장을 옮기면서 제일 먼저 한 것 역시 1ON1 일대일 면담이었다. 조직의 산재한 과제부터 개인적인 고민과 걱정, 커리어에 있어서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고, 그룹이 가야 할 방향도 거기서 도출했다. 모든 일을 분해해 보면 목적지를 정하고, 목적지를 향해 걷고, 거기서 깨달은 바를 통해서 다음 목적지를 정하는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는다.


1ON1 일대일 면담은 함께 가는 길의 목적지를 정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균형과 성장'을 많이 고민하는 편인데 혼자가 아니라 함께 균형을 이루고 성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식 역시 1ON1 일대일 면담이 아닌가 싶다.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데 내가 기울인 정성만큼 채울 수 있는 시너지가 있는 1ON1 일대일 면담은 내가 현업에서 멀어지지 않는 한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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