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덥고 눅눅하고 습한 계절을 답하고, 에어컨 밑창의 퀴퀴한 냄새까지 그다지 나쁘지 않게 닿을 만큼. 내 기억 속 여름은 늘 주홍빛이 나는 노란색이었다가, 청량한 스카이블루 그 어드매였다가 또 빛바랜 붉은색이 되고는 했다. 그건 여름의 색인지 아니면 내 기억의 색인지 늘 분간할 수 없었지만 장마가 도래하면 늘 내 여름은 새벽의 푸른 회색빛이 되고는 했다. 그래, 장마. 장마의 계절이 너무 좋다. 장마의 시작. 그게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여름의 시작과 같았으니까.
일본의 풍경
일본의 여름은 청량하다. 나는 해외의 나가는 설렘과 여름의 청량을 잊지 못해서 늘 여행이 가고 싶었다.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 같았다. 여행이 습관으로 번질 무렵에는 하루가 길고 꽉 차는 기분이라 꽤 열심히 산 것 같았다. 행복했고, 내 삶의 건강이라는 지표가 올려진다는 사실은 나를 퍽 즐겁게 만들었다. 다들 매일 이런 기분으로 살아갔던 거구나. 그걸로 좋았다. 그저 내 감정을, 내 행복을 다른 이와 나누고 다른 이들도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다고 빌었다. 앞으로도 이런 날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사실 여행 가는 걸로 많이 즐겁진 않았다. 나는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까.
태국의 풍경
나는 인생을 살면서 경험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안 좋은 경험까지 과연 옳은 경험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하면 전혀 아니겠지. 그럼에도 도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콕 카오산 로드를 갔을 때는 정말 전혀 다른 곳에 온 것 같아서 신기했고, 내가 아닌 곳에서 있다는 느낌이 신기했다. 어쩌면 도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이라는 삶들이 너무 힘들어서.
나는 지난 반년 간 울분에 가득 차 있다가도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울 때도 있었으며 때로는 지난날에 대한 반성으로 후회가 가득 찬 얼굴을 패시브로 죽상인 어깨를 늘어트리고 다녔지만 결코 우울하진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들로 인해 우울하단 감정을 느끼진 않겠지만 조금 더 분노를 가지고, 답습한 감정을 매끄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지나간 말로 이십 대는 늘 분노를 가지고 삼십 대는 늘 체념을 가지고 살게 된다고 했다. 그럼 나도 언젠가 분노를 체념하는 방법을 배우겠지. 살다 보면 그것도 다 느는 것이다.
너 아직도 여기서 일하냐?
물론 생각할 겨를도 많이 없었다. 몰려온 것들에 대한 일은 정말 끝이 없었다. 공과금 낼 돈이 부족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가 하면 가족들에게도 손을 빌릴 수 없는 처지라 어떻게든 끌어모으기만 바쁜 나날. 그런 와중에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트 따위는 없을 줄 알았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기를 당하고, 보험에 가입하려다가 사기를 당하고. 와! 정말이지, 인생이 왜 이렇게 고달픈 거지?
인생이 내 눈에 보이는 유리구슬이었다면 그걸 깨트리지 않기 위해 양손으로 조심히 쥐었을 것이다. 누군가 험하게 쥐어 뜯지 않게 뒀을 것이다. 이미 한 번 실패한 또 한 번의 실패를 겪었다. 뒤집어 쓴 사실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드니 맛이 참으로 썼다. 며칠간은 인생의 목표가 곪아 없어진 사람처럼 다녔다. 끌려다니는 것에 지쳐서 차라리 내가 겪은 일이 아니었다면 하고 바라는 생각마저도 진물이 날 것 같았다.
임성준 이 새끼 뒈질라고 진짜
그래서 나는 조금 솔직하게 굴기로 했다. 너무 혼자 버티지 않기로. 약점에 솔직해지면 그들은 그걸로 나를 공격할 수 있다고 여기는 마음을 조금 버리기로. 경사짐과 굴곡 사이에 내 인생을 두지 말고 좀 더 나아가자고. 나보다 더 심한 일을 겪는 사람들을 보며 자기 위로를 하지 말자고. 똑같이 힘들고 똑같이 지치는데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모든 것들이 멋대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나는, 나만큼은 나의 마음을 멋대로 두지 말자고 말이다.
내가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갈까?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사람인 건가? 악독하다는 말이 차라리 듣고 싶다. 나는 내가 너무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사실은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아주 잘 살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 지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를 잃지 않길 바랐다. 나를 나타내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고,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전부 다 무언가 하고 싶어서 새로 도전하는 발걸음과도 같았다.
https://beatus01.wixsite.com/moonstruck 들어가 볼까?
브런치 역시 그렇다. 내 글을 쭉 봐 준 사람들은 그간 우울한 글만 쓴 것을 알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 글이 안 우울하냐? 하면 그것 역시 아니다. 우울하지. 그러나 이것도 내가 겪었던 감정들의 아주 작은 조각일 뿐이다. 다음 글은 더 밝고 활기찰지 누가 알아? 나도 잘 모르는 건데.
평범한 게 제일 좋다는 말을 이제서야 이해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꾸준히 하는 행동 하나가 날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만이 제일 어렵고 특별한 것이다. 그럼 내 일을 열심히 하는 나도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https://vaudevillian.creatorlink.net/ 들어가 보자.
힘 냅시다. 예?
그래도 다 사람 살려고 하는 것들인데.
바라는 건 많이 없습니다.
가끔 들어가서 제 포트폴리오를 봐 주세요.
저는 취업 시장에서 몇 점 정도에 해당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