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절의 국면을 맞이하는 시기는 전부 이렇다.
나는 그간 어떻게 살았냐면 매일을 공부하고 인내하는 시간 안에서 보냈다. 애석하게도 부끄럼 넘치는 시간을 고되게 보내고 나니 속은 울렁거리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와중에 내가 벌인 일에 대한 업보는 고스란히 돌아와 머리가 반쯤 파 먹힌 기분이었다.
많이 노력했다. 1학기보다 더 잘하고 싶어서.
노력이 따른 보상에 대해 생각했다.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나는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에 설렜다. 이것이 부사로 이루어진 계절감이 부르는 참사인가. 봄인데 불구하고 여름 향기가 난다는 건 치사한 일이고, 내 일을 미뤄둔 채로 설렘만을 추구하는 것 또한 못할 일이다.
평점 4.42의 영화. 그 중에서도 내 인생은 꼭 심야 영화와도 같다. 매일 밤에 새벽까지 지새우고 싶어 보러 갔던 심야 영화. 사람은 조용한데 혼자 스크린에 멀거니 띄워져 있는 영화. 영화 주제는 일정하지 않다. 어떨 때는 정말 너무 힘들고, 어떨 때는 미래가 막막해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 것 같다. 할 수 있는 건 대학에 간 만큼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것이고, 그리고 또 최선을 다해 취업 시장에 뛰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대기업에 합격해 명함을 남기고 간 그녀가 부러웠다.
질투라는 건 비단 과거의 흔적에서만 작용하는 건 아니었나 보다.
질투를 하는 건 역시 내로남불이지. 나 또한 다를 바 없는 사람인데.
나만 이렇게 살기 벅찬 것은 아닐 텐데 막상 종강을 하니 무엇을 해야 좋을지 많은 고민이 들었다. 자격증이라도 공부해 볼까? 민간 자격증은 쉽게 공부해서 딸 수 있는 거라고 했다.
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어딘가 불안했다. 그래, 난 지내고 있는데 다들 진짜 잘 사는 것 같더라. 가로등 빛이 그렇게 예쁜데 눈 여겨 볼 생각 하나가 들지를 않는다. 이런 자격증 말고 국가 공인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말에 다시 고민했다. 근데 저것도⋯⋯. 자격증이잖아요?
장학금을 받고 싶다는 명목 하에 또래 상담을 마주 이어 나갔다. 정말 많은 일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여기서 스트레스 받으면 머리털이 다 빠질 것 같아서 참기로 했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장학금 받으려고. 나는 돈이 없으니까.
그래도 이번엔 병원을 갈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본인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멀쩡하게 학교를 다니고, 멀쩡하게 친구들을 만난다. 정말 웃기게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겼다가 사라지다가 한다. 철 없는 시절 술이나 퍼 마시고 손등에 클럽 도장이나 찍어 모아 전시하는 짓은 어린 나이에 끝내야 한다.
물론 나는 여전히 어리지만. ⋯⋯아마도?
이딴 거 그만 보내라고 했다 경찰 부른다 진짜로
많은 것들에게서 비롯된다. 내가 바쁘다고 하면 좀 바쁜 거라고. 우여곡절이 많은 또래 상담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나에게는 발표 과제 두 개가 주어져 있었다.
엥?
네 제가요?
내가 쓴 서평을 통해 발표자가 된 걸 보면 어지간히도 뽑을 사람이 없었나 보다.
정말 가볍게 살고 싶었는데 세상이 날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럼 어쩌겠어. 끝까지 하는 수밖에. 일주일을 내리 과제를 하고 시험 공부를 하며 밤을 세웠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높은 성적을 받고 싶어서. 2학년에도, 3학년에도 이렇게 유지하고 싶어서.
절실하게 공부하고 싶어서 집을 나왔고 절실하게 공부하고 싶어서 학교에 갔다. 정말 절실하게 돈을 벌고 싶었다. 절실하게 독립을 하고 싶었고 정말 절실하게 살고 싶었다. 이번에는 사람이 없는 곳을 교내 근로로 선택했다. 사람들과 부딪히기 싫었다. 으, 대체 왜 사람 많은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건데.
이번 년도 마지막 공모전. 나는 이제 총 4개의 공모전을 수상하게 되었다.
정말 많이 노력했다. 이제 내일 또 공모전 뭐가 있는지 한 번 찾아볼까?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늘 익숙하지만 언제나 낯선 그 고통을 이기고 어른스러워지는 걸 배우고 싶다.
하지만, 그건 어디 가서 배울 수 있지?
이걸로 다 배운다고 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