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정체 극복기 8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에 총알이 뚫렸을 때?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모두에게 잊혔을 때? 아니, 그건 바로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해 지루함을 느낄 때다.
나는 매 순간이 너무 지루했고,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다가도 지루함에 몸부림을 치고는 했다. 해야 할 것을 찾지 못했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부재감이 공허해서 이따금 자극적인 요소들로 내 인생을 채웠으며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을 콘텐츠 화 시키거나 라디오처럼 듣고는 했다.
그럼 어디 한번 물어보자.
사람들이 가장 잘 읽는 글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고통.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취업에 관한 고통일 것이다.
이번엔 민간 자격증을 실물로 받았다. 그래야 이력서에 쓸 수 있다나 뭐라나. 놀라울 사실은 아니지만 지금은 내가 어떻게 열심히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나를 전혀 모르고, 앞으로도 전혀 모를 사람들에게도. 스트레스 돌파구이자 혼자만의 에세이와도 같은 이야기를 적으면서 나는 내가 나인 채로 나 자신에게 잊히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공부를 한다. 같은 내용을 10번씩 똑같이 쓰는 공부 방식이나, 글을 쓰는 어휘에 대해 변태 같다는 칭찬을 듣는다는 건 꽤 기꺼운 일이다.
난 어린 시절부터 난항을 겪었다. 아버지의 이혼, 어머니의 부재. 학교에선 따돌림 감이 되기 십상이었고 누구는 어미 없는 애라 손가락질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어린 시절에 받을 수 있는 사랑이 절반 이상 떨어져 나가니 악독한 애정결핍에 시달려 친구를 옆에 두고 소유하기를 원했으나 나는 그 아이들에게 가치 있고 빛나는 존재가 아니었다. 옆에 키링처럼 달고 다니기조차 아까운 구석의 찐따 같은 여자애. 후줄근한 옷차림에 안경을 쓴, 보잘것없고 못생긴 여자애.
대학생 대외활동은 빼 놓을 수가 없다. 나는 사실 회사를 다닐 때도 꾸준히 내가 하고자 했던 대외활동은 다 참여했던 것 같다. 이번엔 마케팅으로 갔으니까, 마케팅 광고 평가단을 지속해 왔음을 부정할 순 없는 것이다. 어린 시절을 가진 것 없이 보내서 뭐라도 채우고 싶었다. 그게 내 통장이든, 내 생기부든.
예전에 친구를 사귀고 싶어 피아노를 친 적이 있다. 하지만 선생은 날 별로 좋아하지 않았나 보다. 선생은 내가 피아노를 칠 때마다 볼펜으로 날 찌르고, 손으로 꼬집고 고사리 같은 손을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둔 채 피아노 커버를 내려버렸다. 정말 애석한 일이로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라 시키다가도 노래를 부르지 않아 목을 조르기도 하고,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하루종일 벌을 서게 하다가도 종아리를 때리기도 하고. 친구들 앞에서 이따금 내 옷을 벗겼는데 친구들은 빤히 보고 있었던 것을 보면 선악의 구분은 딱히 없었던 모양이었다.
학교에선 선생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친구들에겐 뺨을 맞았다. 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뽑으며 장난치던 여자애는 기어코 모든 친구들에게 내가 어미 없는 자식이라는 걸 떠벌리고 다녔다. 선생의 회초리. 손바닥. 그리고 그 멍든 손바닥을 또 꼬집는 친구들. 어느 날에는 친구들 앞에서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너희가 부러워. 너흰 어릴 때부터 끈끈한 친구들이 있잖아, 나는 없는데⋯⋯. 그러자 친구들은 웃으며 말했다. 뭐래? 또 지랄한다.
중학교로 올라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시를 당하는 것도, 괴롭힘을 받는 것도. 무리에서 하위권인 것도 마찬가지였지만 사회에 살아남고 싶어서 열심히 나를 죽였다. 표출하고 싶었으나 참았고 조용히 있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 했던 날들이 너무 많아서 그게 내 열등감이 됐다. 내가 쓴 공책들을 가위로 찢어 버린 친구들이나⋯⋯. 그렇게 살기 싫어서 누군가를 또 피해자로 만들거나⋯⋯.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나를 가꾸는 건 꽤 재밌는 일이었다. 내 교양을 쌓는 일도 책을 읽고 나의 취향을 개발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식으로 만드는 것도. 나는 내 취향이 아닌 걸 내 취향으로 만들고 열심히 기워냈다. 성공적이지? 그래도 누더기인 주제에 꽤 예쁘잖아.
바랄 수도 없던 성적을 이제는 쉽게 받는다. 520명 중에 32등이면 나름 많이 노력했는데.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는 석차보다는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등급표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
이번에 학교에서 뽑혔던 수업 발표. 기쁜 마음에 찍었던 기억이 났다. 나를 드러내는 모든 것들에 있어서 어떻게 판단해야 함이 옳은가. 나는 앞으로도 내 공부와 함께 내가 겪었던 일들을 하나씩 적을 생각인데. 나는 못생겨 본 시절도 있고 공부를 못 해 본 시절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서 그와 같은 상황을 겪는 이들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음이랴. 그렇다고 지금 내가 예쁘고 공부를 잘하냐고? 글쎄올시다.
정정한다. 나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편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본인을 그렇게 생각하시길.
이번엔 장학금 수상자가 되었다. 일 년 동안 학교에 관한 모든 공모전에 참여하려고 노력한 결과가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취업 정체기 글이 조금씩 빛을 보이고 있다.
이번 25년엔 공부로 조금 나아가기 어려울 거란 사주를 들었다. 벌써 예비 수강 시즌인데 삐끗하기는 매한가지라,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고자 하면 할 수 있으니까, 최대한 더 많이 노력해 보려고는 한다.
그래도 그 50명 안에 26명으로 들기는 했다. 뒷자리의 번호까지 만족스럽다.
그 뒤로 교내 생활을 반복했다. 학교에서는 계속 일을 하고, 집에서는 잠을 자고. 추우니까 잠이 늘고 잠이 느니까 춥다. 정말 재미난 일이라면 요새는 증권 공부도 해 보고 싶고, 경제 쪽으로도 깊게 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부가 조금 재밌다고 주변 친구 몇몇은 사실 얇게 공부하는 건 그닥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깊게 파 보면 어떨까 호승심도 들었다. 정말로 내가 얇고 넓게 공부해서 공부가 재밌는 건지, 새롭게 배우는 게 좋아서 공부가 재밌는 건지.
그래도 이번에 코노챌린지로 10만원을 벌었다.
이 정도면 나름 운이 좋은 거 아닌가.
https://m.blog.naver.com/709950_/clip/7358837
하지만 여전히 코노챌린지는 참여 중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토스 100원 이벤트도 당첨 되어서 스팸 세트도 받았다.
이 정도면 정말 잘 지내는 거 아닌가?
정말 운이 좋게 잘 지내는 거 아닌가.
우리는 매 순간이 힘들어도 매 순간을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