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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Nov 02. 2021

가끔은 햇볕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제주 살이 35일 차

  바다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지난 주말 삼일 간 다이빙을 다녀오며 하루 반나절 이상을 바다를 봤지만, 늘도 아침부터 해가 나길 기다렸다. 이제 제주는 햇볕이 들지 않으면 조금 춥다. 한담 해변에 앉아 해가 나고 들 때마다 따스해하다 추워하다를 반복하다 결국 추워서 일어나기로 했다. 며칠 남지 않은 제주의 바닷소리를 오래 듣고 싶었는데 날이 따스했을 때 오래 앉아있지 않은 게 후회된다.

  협재 쪽에 밥을 먹으러 갔다 멀리 비양도를 바라본다. 해도 잘 들지 않고 바람도 많이 불지만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가 있어 아름답다. 밖에 나가기를 포기하고 차 안에서 Ed Sheeran의 Photogragh를 틀어 본다. 바람 부는 제주에 잘 어울리는 곳인 것 같다. 작년 여름쯤 제주에 방문한 맛집이 예고 없이 닫혀 있었다. 배고픔과 더위에 짜증이 났다. 그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들리던 Photogragh는 완벽했다.

  오늘 햇볕은 완벽하지 않지만 좋은 풍경과 바람, 노래로 분위기를 만들어본다. 햇볕이 있었다면 그저 멍 때렸겠지만, 내가 찾아간 풍경, 내가 선곡한 노래는 햇볕을 포기할만하게 했다. 때로는 무언가가 부족한 것이 더 완전함을 만들어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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