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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Nov 20. 2022

나를 위로하는 이들

낯선 이의 위로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비 오는 제주를 혼자 떠돌며 약간의 우울을 느낀다. 돌아갈 때쯤엔 언제나 홀가분했었는데... 비가 와서 그런 건지, 위로가 되기에 내가 너무 힘든 건지 알 수 없다.


  4박 중 2박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다. 낯선 이들의 좋은 기운을 받으면 나도 힘이 난다. 두 번째 묵었던 게하에서 한 분은 내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나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멋지고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내용이었다.

  분명 내게 어두운 부분이 많은데도 많은 사람들이 내게 긍정적이라 말해준다. 오늘과 같이 낯선 이도, 친한 친구들도, 가족들도... 나는 분명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고 살아가는데 그 안에서 배움을 찾고 이겨내려는 모습이 그래 보였을까? 발랄하고 들떠 있는 모습이 그랬을까? 요즘 같이 힘든 시기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모습을 잃지 않았다는 생각에...


  학교에서 무척 힘들었던 시기가 있다. 언제나 죽상을 하고 출근하고 있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연말 교사 평가에서 '항상 웃고 계신 모습이 좋았어요.', '항상 학생들 말에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장에 감동을 받곤 했다. 내가 소홀했다 여긴 그 순간에도 다행히도 정말로 소홀하지는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어두운 마음으로 찾은 제주에서도 긍정적이라는 말을 들으니 다행이다 싶다. 단점도 쉽사리 변하지 않듯 장점도 쉬이 변하지 않는다.


  또 다른 분은 굉장히 과묵한 분이었다. 웬일인지 나와 동행하고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혼자 주절거린 후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약간 민망할 정도였다.

'오늘 너무 혼자 떠들었죠?'라는 말에

'실은 제가 군대에서 상담병이었어요. 휴가를 더 준다는 말에 지원했던 거였는데 힘든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상담을 직업으로 하신다기에 오늘은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아무리 짧은 인연이라고 할지라고 시간을 내어 내게 좋은 사람이 되어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단 하루의 인연에 그의 깊은 배려에 많은 위로가 되었다.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졌다.  가까운 사람보다도 나를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고마웠다.


  내 마음은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어도 여행 전보다 나아진 것에 집중해보려 한다. 이만큼 나아졌다면 시간에 따라 반드시 더 나아질 거다. 낯선 이들의 작은 위로일지라도 누군가에게 변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이 힘나게 한다. 어떤 역경이 있어도 내 장점들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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