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 지낼 줄 알았으면 미리 걱정하지 말 걸

  오늘도 별일 없는 하루가 지나간다.

  눈이 떠지는 시간에 일어나 에어컨과 선풍기를 껐다 켰다 하며 밀린 드라마를 본다. 여행지에서 시작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읽어내리는데 그곳에서 만큼 집중이 되지 않는다. 단톡방에서 시덥잖은 이야기들로 장난을 치고 약속을 잡기도 한다. 소금기가 남아있는 다이빙 장비를 세척하고 빗물에 젖은 천가방을 빨아 베란다에 널고 나니 바닥에 물이 흥건하다. 아빠가 수건을 하나 깔아주니 별 일 아닌 게 되었다. 요즘 몸무게가 조금 늘기도 했고 식욕도 줄어든 김에 점심은 샤인머스캣으로 때운다.

  저녁이 되어 친한 친구들을 만나 휴가지에서 사 온 선물을 건네고, 과거 드문드문 잊힌 추억을 꺼내 맞춰보며 깔깔거린다. 이미 여러 번 들은, 남편과 어떤 연애를 했는지, 그전 연애들은 어땠는지 인기 많았던 시절을 곱씹는다. 나는 남편이 없기에 지나간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미래를 걱정한다.

  평범하고 평온하고 큰 일 하나 없는 일상이다. 이 일상에 남자친구 하나 없을 뿐인데 나는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 같다. 나도 내 미래가 걱정되고, 내 주변 사람들도 그렇다. 내 미래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불행한 미래를 살게 될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지금 같은 일상이 있을 것이고, 그 삶은 평온하고 별 일 없이 고요한 행복일 것이다.

아마 그때 나는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잘 지낼 줄 알았으면 걱정하지 말 걸.

그 시간을 그대로 즐길걸.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