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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EAful May 05. 2020

Tea 그리고 Tea bag

BeauTEAful Story 001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받는 두 가지 질문.


“차는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차를 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성인이 된 후에 자연스럽게 그간 동경해왔던 카페인이 들어있는 녹차, 홍차, 커피 등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언제부터’와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떤 시점을 특정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질문의 중심에 있는 잎차(葉茶, leaf tea, loose tea)와 행다(行茶, 茶道, tea ceremony)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질문 속 ‘차’는 티백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Loose Tea와 Tea bag은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선택을 달리할 뿐 의미로 구분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했다. 결국 나는 질문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질문자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는 두 가지 질문을 여전히 받고 있다.


물과 만나면 단숨에 행복을 뿜어내는 티백은 귀차니즘이 만든 발명품이다. 최초로 티백을 개발한 사람은 1986년에 찻잎을 거즈에 담아 Tea Ball을 만든 영국의 발명가 A.V. 스미스(A.V. Smith)이다. 이후 미국 밀워키의 두 여성 로버타 로슨(Roberta C. Lawson)과 메리 맥라렌(Mary Mclaren)이 1901년에 면으로 만든 Tea leaf holder를 개발했다. 1903년에 특허를 받은 이 제품은 면을 접고 양쪽을 바느질해서 만든 Cotton-mesh bag에 차를 넣은 후 윗면을 접어서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차의 낭비를 줄이고 편리함까지 갖췄지만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의도치 않게 티백을 상용화시킨 사람은 뉴욕의 차 상인 토마스 설리반(Thomas Sullivan)이다. 토마스는 1904년에 샘플 차의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석 용기 대신에 Silk-Muslin Bag에 소량의 차를 담아 고객에게 보냈다. 일부 고객은 차를 꺼내지 않고 그대로 뜨거운 물에 넣어 우렸고, 편리함에 반한 고객의 주문이 이어졌다. 그는 차가 더 잘 우러났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의견을 참고하여 실크보다 조직이 성근 면 거즈로 티백을 만들어 1908년에 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티백의 수요는 점점 늘어났고 긴 끈과 태그를 붙이면서 더욱 편리해지고 모양도 예뻐졌다. 립톤은 1910년에 최초로 차를 우리는 법과 브랜드명을 프린트한 티백 태그를 선보였다. 보스턴의 종이 회사에 다니던 윌리엄 허만슨(William Hermanson)은 1930년에 종이 티백을 개발했다. 티백의 발전은 계속되어 립톤은 1952년에 4면에서 차가 우러나는 Double-Chamber Tea bag을 선보였다. 기존의 2면 티백보다 물에 닿는 면적이 넓어지면서 더욱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영국에 티백이 도입된 것은 1953년이다. 조지프 테틀리 컴퍼니(Joseph Tetley & Co.)에 의해 처음 티백이 소개되었을 때는 환영받지 못했지만, 1964년에 차가 잘 우러나도록 티백의 품질을 개선한 뒤에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했다. 차의 90% 이상을 티백으로 소비하다가 최근에는 다시 잎차의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티백의 점유율이 월등히 높다.


티백의 재질은 종이, 플라스틱, 모슬린(muslin), 친환경 소재 등이 있다. 종이 티백은 뜨거운 물속에서 형태를 유지시키기 위해 플라스틱 섬유를 20~30% 정도 함유하기 때문에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다. 삼각 티백 또는 피라미드형 티백은 인체에 무해한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지만 최근 미세 플라스틱 논란이 일고 있다. 모슬린이나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는 좋은 반면에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티백의 재질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지지만, 벌크에 들어가는 잎차와 동일한 차로 만들어진 티백은 같은 중량의 벌크보다 비싸다. 약 2~3g씩 넣고 티백으로 만드는 공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마시는 사람의 편리함을 위해 만드는 사람의 손이 한 번 더 움직인 티백이 가진 매력을 세 가지만 말하면 첫 번째는 차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 두 번째는 다우들과 나누기 쉽다는 것, 세 번째는 흔히 티꽁이라고 부르는 태그를 모으는 재미다. 그리고 또 다른 세 가지는 접근성, 휴대성, 신속성이다. 접근하기 쉽고 휴대하기 좋으며 시간을 절약해준다. 물론 잎차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뜻은 아니다. 티백은 편리함에 고품질과 아름다운 디자인을 더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아주 가끔은 포장지를 뜯으며 ‘이 안에서 초콜릿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치 요정의 마법 주머니 같은 티백은 내게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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