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EAful Story 002
햇차의 기쁨을 만끽할 시간.
이양하님의 「신록예찬(新綠禮讚)」이 떠오르는 5월은 차축제의 달이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경상남도 하동군과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개최하는 차축제를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차축제 또는 차박람회에 참석하여 햇차를 맛보는 기쁨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올해는 모두의 건강한 삶을 위한 ‘거리두기’ 실천으로 모두와 함께하는 기쁨은 잠시 ‘기다리기’ 중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 산지인 하동군, 보성군, 제주도 등의 차밭은 관광자원의 역할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차밭을 소개하는 글이나 그곳을 다녀온 후기를 보면 ‘녹차밭’이라는 표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녹차밭의 차나무는 자동적으로 녹차나무로 불린다. 차밭보다 녹차밭 그리고 차나무보다 녹차나무라는 단어는 ‘녹(綠)’이라는 글자 덕분에 훨씬 푸르고 싱싱한 느낌이 들게 한다. 봄이라는 계절과 5월이라는 시간에 무척 잘 어울리지만, 녹차밭과 녹차나무 대신에 차밭과 차나무라고 부르면 좋겠다.
다년생 상록수인 차나무(tea plant, tea shrub, tea tree)의 학명은 Camellia Sinensis (L.) O. Kuntze이다. 1887년에 독일의 식물학자 오토 쿤츠(Otto Kuntze, 1843년-1907년)가 확정 지었다. Camellia는 필리핀 선교사 게오르크 카멜(Georg Kamel, 1661년-1706년) 목사의 라틴어 이름이고, sinensis는 라틴어로 중국에서(from China)라는 뜻이다. 스웨덴의 식물학자인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é, 1707년-1778년)는 종의 학명에 이명법 즉, ‘속명+종명+명명자’를 채택하여 분류를 체계화했다. ‘종’은 린네가 제시한 식물 분류법 [계(界, Kingdom) - 문(門, Phylum(식물은 Division)) - 강(綱, Class) - 목(目, Order) - 과(科, Family) - 속(屬, Genus) - 종(種, Species)]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분류 단위이다. 동백나무속 차나무종으로 분류되는 차나무는 하나의 종(種, Species)이다.
종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인류가 생물을 인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생물을 분류하는 8단계 분류법(1990년에 생물 분류 계급의 최상위 계급으로 역(域, Domain)을 제안함)의 한계로 인해 각 단계별로 상(super-), 아(sub-), 하(infra-) 등의 접두어를 붙여서 보다 세분화된 중간단계를 두기도 한다. 종을 세분화한 개념으로는 아종(亞種, subspecies), 변종(變種, variety), 품종(品種, form)이 있다. 아종은 동일 종 중에서 형태나 지리적 분포의 차이에 의한 것, 변종은 돌연변이에 의한 것, 품종은 인위적으로 개량한 것을 말한다. 품종이나 변종은 위의 분류 체계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식물의 경우에는 특정한 방법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이명법을 대신하여 ‘속명+종명+subsp.아종명/var.변종명/for.품종명+명명자’로 표기하는 삼명법으로 학명을 정한다.
동의어를 비롯하여 변종과 품종까지 포함한 차나무의 학명은 수십 개에 이른다. 1690년에 독일의 캠페르(Engelbert Kaempfer, 1651년-1716년)가 처음으로 차의 학명을 Thea로 정했다. 1753년에 린네가 Thea sinensis로 분류하고, 1753년에 Camellia sinensis로 수정했다. 1823년에 인도 아삼 지방에서 야생 차나무가 발견되면서 차의 기원설을 비롯하여 분류체계가 복잡해졌다. 1919년에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코헨 스튜어트(Combertus Pieter Cohen-Stuart, 1889년-1945년)가 정리한 4개의 변종은 다음과 같다.
Camellia sinensis var. bohea 중국 소엽종
Camellia sinensis var. macrophylla 중국 대엽종 또는 운남 대엽종
Camellia sinensis var. assamica 인도 아삼종 <대엽종>
Camellia sinensis var. buymensis 미얀마 샨(Shan)종 <소엽종>
일본의 식물학자 기타무라 시로(北村四郎, 1906년-2002년)는 중국 대엽종을 변종이 아닌 품종으로 분류하고, 인도 아삼종과 미얀마 샨종은 같은 변종으로 묶어 1950년에 차나무의 변종을 2가지로 정했다.
Camellia sinensis var. sinensis (L.) 중국종 <온대성, 소엽종>
Camellia sinensis var. assamica (Masters) Kitamura 아삼종 <열대성, 대엽종>
기타무라의 이론을 지지한 영국의 학자 조셉 로버트 실리(Joseph Robert Sealy, 1907년-2000년)는 1958년에 중국종을 소엽종과 대엽종으로 세분화했다.
Camellia sinensis var. sinensis f. parviflora (Miq) Sealy <소엽종>
Camellia sinensis var. sinensis f. macrophylla Sieb (Kitamura) <대엽종>
이 중 우리나라 차밭에서 많이 재배되는 것이 중국종(또는 중국 소엽종) 차나무이다. 차는 차나무의 잎을 가공하여 만든 것이며, 동일한 찻잎으로 제다방법을 달리하여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하동의 차밭에서 채취한 찻잎으로 녹차 외에 잭살, 고뿔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흔히 녹차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녹차를 주력 상품으로 생산하여 홍보 및 판매하기 때문이다. 차는 특용작물이므로 당연히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해야 하며, 중국종은 다른 변종에 비해 녹차를 만드는데 적합하다.
차나무는 유성생식 또는 무성생식으로 번식한다. 유성생식은 차나무의 변이가 잘 일어나는 반면에 무성생식은 변이가 적어 품종 유지에는 적합하지만 저항력이 약한 단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자연적 변이와 인공적 교배를 통해 특정한 차를 만드는 데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녹차나무와 홍차나무가 종의 개념으로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 품질의 차를 생산하기 위한 품종 개발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