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차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서 묻는다면 맛과 효능 그리고 느낌을 잘 블렌딩 하여 대답할 것이다. 차는 기본적으로 마시는 것이니 맛을 무시할 수 없다.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어도 몸에 해롭다면 마시고 싶지 않을 텐데 다행히 여러 가지 좋은 효능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유, 편안함, 위로, 따뜻함처럼 차가 주는 다양한 느낌들 덕에 지금도 변함없이 매일같이 차를 즐기고 있다. 그야말로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 차는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알게 되었을까?
신농(神農)이, 기원전 2700년경에, 중국에서, 차의 효능을, 직접 먹어보고, 초목의 효능을 시험하던 중에 알게 된 것! 이것이 차의 시작이다.
신농 <출처 네이버>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하고 있거나 사람의 얼굴에 소의 뿔을 가지고 있는 전설의 황제 신농은 농사의 신이자 의학의 신이다. 그는 섬서성에서 태어났는데, 어머니가 신령스러운 용과 느낌을 통한 후 낳았다고 한다. 신농은 태어난 지 3일 만에 말을 하고, 5일 만에 걷고, 7일 만에 이가 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키가 무려 3m가 넘는 남자가 되었다. 오장육부가 다 보이는 투명한 배를 가진 그는 매일 같이 풀잎과 잎사귀를 맛보며 효능을 직접 체험하던 중에 독초를 먹고 중독되었는데 우연히 찻잎을 먹고 해독했다고 한다.
신농을 해독시킨 찻잎 속 성분은 카테킨(cathechin)이다. 폴리페놀 화합물로 이루어진 카테킨은 차의 떫은맛을 내는 성분이다. 천연 항산화제로서 항암, 항노화, 항균, 항바이러스, 항염증, 해독, 항당뇨, 체지방 분해, 구취 예방 작용 등을 한다. 카테킨은 간의 해독작용을 촉진시키고 항균작용을 하므로 독성이 있거나 식중독균이 생긴 음식을 먹었을 때 차를 마시면 해독과 식중독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카테킨은 다른 물질과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과 화학적 흡착이나 착화합물을 형성하여 몸 밖으로 배설되는 것을 돕는다. 이렇듯 차는 의도치 않게 섭취하는 독성 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데 도움을 준다.
복희여와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농을 비롯한 전설 속 삼황(三皇)의 멤버는 복희(伏羲)와 여와(女煱)이다.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뱀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복희와 여와는 부부 사이이다. 부부 사이 외에도 오누이 또는 오누이면서 부부라는 설 등이 있다. 이는 대략 서한시대(西漢, B.C.202-A.D.8)부터 전해지는 전설이다. 당나라 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그림 속에서 컴퍼스를 들고 있는 왼쪽이 여와, 각자를 들고 있는 오른쪽이 복희이다. 신농이 농사짓는 법을 알려주었듯 복희는 그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수렵과 어로를 가르쳤다. 여와는 진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었고 그들이 스스로 번식할 수 있도록 혼인제도를 만들었다. 복희와 여와가 세상을 떠난 후 신농이 이들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다.
문화를 창조한 복희, 사람을 만든 여와, 농사짓는 법을 알려주고 자신이 직접 효능을 체험한 약초를 조합하여 약을 개발한 신농도 영원의 삶을 살지 못했다. 생의 마지막이었던 그날도 신농은 초목을 맛보고 있었다. 자그맣고 노란 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식물을 먹자마자 자신의 오장육부가 썩어 들어가는 것이 보았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재빨리 찻잎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사람들은 신농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식물을 단장초(斷腸草)라고 불렀다.
단장초 <출처 구글 이미지>
단장초는 중국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식물이며 소량만 섭취해도 생명을 잃는다. 그러나 최근 실험을 통해 일부 성분이 기존의 암 치료제보다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밝혀져 새로운 암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황제와 어울리는 노란색의 꽃을 가진 단장초는 비록 신농을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암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차의 효능을 발견한 신농으로부터 시작된 차의 음용은 약용과 식용을 지나 기호식품 즉, 독특한 향기나 맛 따위가 있어 즐기고 좋아하는 것이 되었다. 차를 마시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 순간에 내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내게는 최고의 가치이자 이유가 될 것이다. 타인이 평가할 수 없는 가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가치, 그 덕에 차를 마시는 매 순간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