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빛깔에 어울리는 차가 어디 녹차뿐이랴 만은 연두가 품고 있는 푸름에는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 만난 싹에서부터 바람과 하늘을 향해 싱그러움을 펼치고 있는 잎까지, 찻잎이 선사하는 푸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녹차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차를 만드는 것은 찻잎을 따는 것 즉, 채적(採摘)에서부터 시작된다. 차도 음식이니 재료가 좋아야 할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찻잎은 싹(bud)과 잎(leaf)으로 구분하며 싹은 아(芽), 창(槍), 심(芯)이라 하고 잎은 엽(葉), 기(旗)라 한다. 잎은 싹에서 가까운 것부터 1, 2, 3 순으로 번호를 붙인다. 하나의 싹과 두 개의 잎을 따면 1아2엽 또는 1창2기 또는 1심2엽 또는 1bud 2leaves라고 한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싹부터 4번째 잎까지 Flowery orange pekoe, Orange pekoe, Pekoe, Pekoe souchon, Souchon으로 부른다.
녹차를 만드는 기본 제다법은 채적(採摘), 살청(殺靑), 유념(揉捻), 건조(乾燥)이다.
대체로 녹차는 봄에 가장 먼저 올라온 어린 싹 또는 잎으로 만든 것이 고급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일률적이지 않듯이 만들고자 하는 녹차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크기의 잎을 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 안휘성(安徽省) 육안시(六安市)에서 생산되는 육안과편(六安瓜片)은 펼쳐진 2엽 또는 3엽으로 만든다. 찻잎이 말려있는 모양이 오이나 참외의 싸를 닮았다고 하여 과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휘성 황산(黃山) 일대에서 생산되는 태평후괴(太平猴魁)는 제법 자란 1아4엽을 채적하여 3,4엽을 떼어내고 만든다. 1아2엽을 가지런히 놓고 롤러로 압제(压制)하여 만들며 완성품의 길이가 약 6~8cm 정도 된다.
(1)1아1엽 채적 / (2)육안과편 2엽 또는 3엽 채적 / (3)태평후괴 1아4엽 채적 <출처 구글 이미지>
정성을 다해 찻잎을 채적한 후에는 ‘살청(殺靑)’ 과정을 거친다. 살청은 산화효소를 파괴하여 찻잎 속 성분이 더 이상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고온의 솥에서 덖는 것을 초청(炒靑), 증기에 찌는 것을 증청(蒸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주로 초청 방식으로 녹차를 만든다.
다음 과정은 유념(揉捻)이다. 유념은 찻잎을 비벼서 꼬는 과정으로 수분을 고르게 하고 차의 외형을 형성하며 세포조직을 파괴하여 차의 성분이 잘 우러나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모든 녹차가 반드시 유념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유념을 약하게 했거나 하지 않은 경우에는 차를 우리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해야 한다.
마지막 건조(乾燥) 과정은 차의 맛, 향, 외형을 완성하는 단계이다. 찻잎에 남아있는 수분을 제거하여 차의 변질을 줄인다. 건조하는 방법에 따라 솥에서 건조하는 것을 초청(炒靑), 햇볕에 건조는 쇄청(晒青), 열기나 열풍으로 건조한 것은 홍청(烘靑)이라고 한다. 녹차는 수분함량이 5~6% 정도 되도록 건조시킨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시행된 법률 제13030호 「차산업 발전 및 차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녹차의 품질을 우전(雨前), 곡우(穀雨), 세작(細雀), 중작(中雀), 대작(大雀)으로 표시한다. 우전은 곡우 이전에 채적 한 1심2엽(1芯2葉)으로 만든 것, 곡우는 곡우 또는 곡우부터 7일 이내에 채적 한 1심2엽으로 만든 것, 세작은 곡우 이후 8일에서 10일 사이에 채적 한 1심3엽으로 만든 것, 중작은 5월에 채적 한 1심3엽으로 만든 것, 대작은 6월 이후에 채적 한 것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오월의 끝자락, 녹차의 시간으로 표현하자면 중작의 생산이 끝나는 시기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다원에서 생산된 우전과 곡우 그리고 세작이 많은 다우님들께 봄의 푸름을 찻잔 가득히 선사했을 것이다. 유산균이 톡! 쏘는 막걸리 한 잔도 좋지만, 봄 빛 가득한 녹차 한 잔으로 2020년의 봄을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