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EAful Story 005
비가 그친 후 하늘에 펼쳐지는 무지개처럼 차도 아름다운 빛깔을 지니고 있다. 차를 분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육대다류(六大茶類) 분류법이다. 중국의 진연(陳椽) 교수가 1979년에 《茶葉分類理論與實踐(다엽 분류이론 여실천)》에서 육대다류 분류법을 제안했다. 제다과정 중에 일어나는 폴리페놀의 산화 정도(발효도)에 의거하여 녹차(綠茶/Green Tea), 백차(白茶/White Tea), 황차(黃茶/Yellow Tea), 청차(青茶/오룡차,烏龍茶/Oolong Tea), 홍차(紅茶/Black Tea), 흑차(黑茶/Dark Tea)로 분류하며, 녹차에서 흑차로 갈수록 발효도가 높아진다.
찻잎의 성분 변화는 산화효소에 의한 산화와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주요 원인이다. 그 덕에 다양한 차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산화와 발효를 구분하여 표기하는 추세이지만, 이 글에서는 ‘차의 발효’를 산화를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하고 주된 요인이 무엇인지 구분하여 표기하고자 한다.
차는 차나무의 잎을 가공한 것을 말한다. 스웨덴의 식물학자인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é, 1707년-1778년)가 제시한 분류법에 의하면 차나무는 하나의 종(種, Species)이다. <차나무와 녹차나무 - BeauTEAful Story 002>에서 말한 바와 같이 차나무에는 크게 3개의 변종(돌연변이에 의한 것)과 수많은 품종(인위적으로 개량한 것)이 있다. 동일한 찻잎으로 제다법을 달리하여 육대다류를 만들 수는 있지만, 차는 특용작물이므로 당연히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을 생산해야 한다. 지역별로 또는 다원별로 차별화된 품질의 차를 만들기 위한 품종 개량에 노력하고 있다.
녹차는 찻잎을 발효시키지 않은 것으로 폴리페놀의 함량이 가장 높아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녹차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차의 종류이며, 살청(殺青), 유념(揉捻), 건조(乾燥) 공정으로 만든다. 살청의 찻잎 속 산화효소를 파괴하여 차의 성분 변화가 최대한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절강성(浙江省)에서 생산되는 서호용정(西湖龍井), 강소성(江蘇省)의 벽라춘(碧螺春), 하남성(河南省)의 신양모첨(信陽毛尖), 절강성(浙江省)의 안길백차(安吉白茶) 등이 유명하다. 안길백차는 차나무의 어린잎이 흰색을 띠는 변이종으로 만들기 때문에 ‘백차’라는 단어가 이름에 붙어있지만 녹차 제다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녹차로 분류한다.
백차는 위조(委凋), 건조 공정으로 만든다. 위조는 실외 또는 실내에 일정 시간 동안 찻잎을 펼쳐두는 것이다. 찻잎의 수분을 증발시키고 산화효소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산화를 촉진시키지 않아야 한다. 풋풋함과 달콤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백차는 제다과정 중에 약하게 산화가 일어난다. 유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찻잎이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건조되는 것이 특징이지만, 현재는 약하게 유념한 백차도 생산되고 있다. 찻잎을 따는 기준에 따라 싹으로 만든 것을 백호은침(白毫銀針), 1아1엽은 백모단(白牡丹), 1아2~3엽은 수미(壽眉)로 구분한다. 복건성(福建省)의 복정(福鼎), 정화(政和), 송계(松溪), 건양(建陽) 지역에서 생산된 백차가 유명하며, 운남성(雲南省)의 경곡(景谷), 경매(景邁), 석귀(昔归) 지역 등에서도 특색 있는 백차가 생산되고 있다.
황차는 살청, 유념, 민황(悶黃), 건조 공정으로 만들며, 당나라 때부터 황실에 진상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민황은 소량의 찻잎을 종이나 천에 싸서 가볍게 발효시키는 것이다. 이때 엽록소가 파괴되어 잎이 황색을 띠게 되며, 카테킨 성분이 줄어들어 맛이 부드럽고 순해진다. 1아 또는 1아1엽으로 만든 것을 황아차(黃芽茶), 1아1엽 또는 1아2엽으로 만든 것을 황소차(黃小茶), 1아2엽 이상의 큰 잎으로 만든 것을 황대차(黃大茶)로 구분한다. 황아차로는 호남성(湖南省)의 군산은침(君山銀針), 사천성(四川省)의 몽정황아(蒙頂黃芽), 안휘성(安徽省)의 곽산황아(霍山黃芽)가 유명하다.
오룡차는 발효도의 범위가 15~70% 정도로 가장 넓어 다양한 맛과 향을 경험하게 해 준다. 녹차가 지닌 청향(清香)과 함께 홍차의 농밀한 화향(花香)과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주로 1아3엽으로 채엽하여 위조, 주청(做青), 살청, 유념(주형,做形), 건조 공정으로 만든다. 주청은 요청(搖靑, 흔들기)과 정치(靜置, 펼쳐 널기)를 번갈아 하는 것으로 오룡차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잎의 가장자리가 산화되어 붉게 변하는데 이를 녹엽홍양변(綠葉紅鑲邊)이라고 표현한다. 생산지역에 따라 민북오룡차(閩北烏龍茶), 민남오룡차(閩南烏龍茶), 광동오룡차(廣東烏龍茶), 대만오룡차(台灣烏龍茶)로 구분한다.
복건성 북부 지역의 무이산(武夷山) 일대에서 생산되는 민북오룡은 대홍포(大紅袍), 철라한(铁罗汉), 백계관(白鸡冠), 수금귀(水金龟), 반천요(半天腰), 육계(肉桂) 등이 있으며, 남쪽 지역의 민남오룡은 철관음(鐵觀音), 황금계(黃金桂), 본산(本山), 모해(毛蟹), 기란(奇蘭), 수선(水仙), 매점(梅占) 등이 있다. 광동성(廣東省) 조주시(潮州市) 일대에서 생산되는 광동오룡은 봉황단총(鳳凰單叢), 봉황수선(鳳凰水仙), 영두단총(嶺頭單叢) 등이 있으며, 대만에서 생산되는 대만오룡은 목책철관음(木柵鐵觀音), 백호오룡(白毫烏龍,동방미인), 동정오룡(凍頂烏龍), 문산포종(文山包種), 삼림계(杉林溪), 금훤(金萱) 등이 유명하다.
홍차는 80~90% 정도 발효된 차이다. 아름다운 붉은빛 수색과 달콤한 티푸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홍차는 위조, 유념, 발효(醱酵), 건조 공정으로 만든다. 앞에서 살펴본 차와 달리 ‘발효’라고 별도로 표시하는 이유는 찻잎 속 산화효소에 의해 폴리페놀 성분이 산화되는 공정을 4시간가량 독립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제다과정 중에 데아플라빈(Theaflavin), 데아루비긴(Thearubigin)과 같은 새로운 성분이 생성되며, 생엽에 비해 아로마 물질이 크게 증가하여 매혹적인 향을 형성한다. 중국의 홍차는 소종홍차(小種紅茶), 공부홍차(工夫紅茶), 홍쇄차(紅碎茶/절세홍차,切細紅茶), 홍전차(紅磚茶/미전차,米磚茶)로 나눈다. 소종홍차의 대표는 정산소종(正山小種)이며, 주로 생산지의 이름으로 불리는 공부홍차는 전홍(滇紅/운남성 생산), 기홍(祁紅/안휘성 생산), 천홍(川紅/사천성 생산), 민홍(閩紅/복건성 생산) 등이 유명하다. 홍쇄차는 잎을 파쇄하여 만든 홍차를 말한다.
흑차는 가장 발효도가 높은 차이며 살청, 유념, 악퇴(渥堆), 건조 공정으로 만든다. 악퇴는 모차(毛茶)를 쌓아놓고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시켜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촉진되도록 하는 과정이다. 주로 거친 잎으로 만드는 흑차의 종류로는 호남흑차(湖南黑茶), 사천변차(四川邊茶), 호북노청차(湖北老青茶), 광서육보차(廣西六堡茶), 운남보이차(雲南普洱茶) 등이 있다. 보이차는 흑차의 기본 공정에 ‘쇄청건조(晒青乾燥)’ 공정이 더해지기 때문에 흑차로 분류하는 것에 이견이 있다. 보이차는 보이숙차와 생차로 나뉘는데 보이숙차는 ‘살청, 유념, 쇄청건조, 악퇴, 최종 건조’, 생차는 ‘살청, 유념, 쇄청건조, 최종 건조’ 공정으로 만든다. 악퇴 공정을 거치지 않는 보이생차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발효가 일어난다. 숙차와 생차 모두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다른 차와 달리 밀봉 보관하지 않지만 악취가 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차를 마시는 데 ‘차를 안다’, ‘차를 모른다’는 중요하지 않지만, 차의 특성에 관한 약간의 지식을 더하면 분명 보다 즐거운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조선 후기 이제마가 창시한 사상의학(四象醫學)으로 모든 사람의 체질을 완벽하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없듯이 차도 완벽하게 육대다류로 나눌 수 없다. 그리고 새로운 차는 계속 개발되고 있다. 지금도 충분히 즐겁지만 여섯 빛깔 차의 아름다움이 때로는 더해지고 때로는 나뉘면서 만들어질 다양한 빛깔, 더 큰 세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