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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완성 자서전 Dec 09. 2020

언제까지 흔들릴 거야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누구나 살다 보면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고민에 빠지는 순간과 만나게 된다. 슬럼프와 같은 긴 호흡으로도, 커피를 마시는 짧은 순간에도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질문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자타공인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었지만 뒤돌아보면 내 삶의 원동력이었던 '진심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 조차 흔들린 적이 많았다.

준비 없이 회의에 들어와도 센스 넘치는 말들로 평균 이상은 하는 동료를 볼 때, 밤새 준비한 보고서가 빨간펜으로 너덜너덜 해질 때, 열심히 일하는 나를 비효율 덩어리로 보는 시선을 느낄 때.


하지만 순간순간 깊은 회의감에 휩싸여 힘들어했음에도 나 다움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와 상사들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마음에 들 때까지 함께 밤을 새우던 동료들, 결과가 완벽하지 않아도 과정을 칭찬해주던 상사분들, 일을 대하는 나의 진심이 언젠가는 더 큰 빛을 보리라 응원해주었던 사람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돌이켜보면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다. 단지 삶을 대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

문제는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거나 나의 방식에 의문이 드는 순간이 올 때마다, 내 삶을 뒤흔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모두의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바이러스 덕분에 나의 삶도 많이 바뀌었다.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많은 것을 희생하며 지내고 있다. 다들 그렇겠지만 말이다.

작년 3월부터 남편은 재택근무, 아이는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다른 가족도,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고 있다. 직접 장을 보러 간 건 손에 꼽을 정도이고, 외식은 꿈도 안 꾸며 급한 병원만 아침 첫 예약시간을 잡아 다니고 있다.


분명히 내가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나도 순간순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친구가 보고 싶다고 울부짖는 아들 녀석을 보면서, 또 어떤 날은 만나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마음이 요동치는 걸 느낀다.


그럴 땐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하루 이틀 힘이 쭉 빠지곤 한다. 과연 나와 내 가족은 무엇을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고 있는 것인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나도 예전으로 돌아가버릴까? 하는 고민들에 휩싸여서 말이다.


그러나 고민 끝에 항상 다다르는 생각은, 지금 우리가 포기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조금 늦게라도 할 수 있거나 가질 수 있는 것들이지만, 가족의 건강은 한 번 잃으면 다시 되찾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나도 내가 이렇게 건강에 집착하는 사람인 줄 모르고 살았다. (그런 사람으로 갑자기 변했는지도) 그런데,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생기니 성격까지 변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갈대 같던 나에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 힘든 시기가 다 지나고 나서도 난 계속 뿌리 깊은 나무로 살고자 한다. 인생의 모든 고민과 선택들이 모여 나의 소중한 인생이 완성되는 것이니, 어떤 게 옳은지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 올 때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2020년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던 내 가족의 건강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나의 뿌리를 지켜내 보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조금은 유난스럽고 이상한 내가 될지라도...

온전한 나로 살아보는 내 인생이 어떤 모습이 될지 너무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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