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다보면 때때로 모르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혼자가 아니라는 조용한 위로를 받고 싶을 날들이 있다. 친구와 나누기엔 복잡하고, 혼자 담고 있기엔 무거운 마음이 들 때면 화려하지 않은 카페나 식당을 골라 들어간다. 그리곤 모르는 사람들이 나누는 모르는 이야기들을 기분 좋은 소음 삼아 잠시 앉아 있곤 한다.
컴퓨터 자판 위로 분주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는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모를 사람들을 보며 한국에서 바쁘게 일하며 살았던 내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고, 갓난아기를 데리고 와 허겁지겁 밥을 먹는 부부를 보며 육아에 지친 지금의 나를 토닥이기도 한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가 서로를 애틋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도 그렇게 행복하시길 바래보기도 한다.
그렇게 낯선 이들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며 이곳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안심하기도 하고, 나도 잘 살고 있구나 뿌듯해하기도 한다. 그렇게 낯선 이들에게서 가장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다시 힘을 낼 용기를 다진다.
오늘은 처음 가보는 식당에서 처음 먹어보는 메뉴들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물론 떼어놓고 오지 못한 꼬맹이 막내와 함께였다. 주문을 받는 청년에게 주문한 음식을 어디서 받냐고 물으니 아이를 안고 있는 나를 힐끗 쳐다본다. 그리곤 계산대 옆을 가리키며 원래는 저쪽에서 직접 받아 가야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나를 위해 테이블로 가져다주겠단다.
평소 같으면 괜찮다 했겠지만 오늘은 낯선 이의 이런 친절을 감사히 받고 힘을 내고 싶은 날이었다. 그렇게 친절한 청년이 가져다준 음식을 먹으며 타향살이도 그리 나쁘진 않구나 하고 되뇌어 본다. 그리고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불안함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이름 모를 낯선 이들에게 내가 받은 낯설지만 따뜻한 위로를 나눌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