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마다, 기운 빠질 때마다, 한 번씩 읽어보려고 작성 중인 '내가 좋아하는 것들' 리스트의 일부이다.
좋아하는 것들로 딱 열 개만 써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건 어렵겠다. 아직 더 쓰고 싶은 것도 많고, 빠트리면 서운해할 것들도 많다.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 몇 가지>
1.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2. 생각해 보니 양털 구름과 뭉게 구름도
3. 거실로 쏟아지듯 들어오는 환한 아침 햇살
4. 가을밤 하늘에 뜬 커다란 보름달
5. 다들 잠든 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듣는 빗소리
6. 그날 밤 베란다 창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선선하고 약간 추운 듯한 밤바람
7. 새 책의 종이 냄새
8. 2주에 한 번씩 배달되는 생화 한 다발
9. 아이스 카페라떼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고를 때마다 고민되는 아이템)
10. 맥심커피믹스 두 봉지와 우유 반 잔, 얼음 잔뜩 넣고 만든 아이스커피믹스( 집안일하거나, 아들이 말을 안 들어 당 떨어졌을 때의 국룰-에너지 생기고, 화가 즉시 가라앉는 효과)
11.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과 에세이
12. 아들과 딸의 세상 즐거운 웃음소리
13. (남편 아니고) 아들이 사과 먹을 때 나는 소리, '아삭아삭', 딱딱한 과자 먹을 때 나는 소리, '오도독오도독'
14. 내가 정성껏 차린 밥상을 보며 딸이 하는 말과 표정, 단 한 글자로 이루어진 감탄사, '오!!!!!! 오~~~~~'
15. 오후 6시 언저리에 오는 남편의 카톡 메시지- '집으로 출! 발!', '오전에 급여 입금됨'
16. 오랜 친구의 명랑한 목소리, "밥 먹자!"
17. Do-Re-Mi song (영화 'The Sound of Music'의 일곱 아이들과 마리아 선생님이 부르는 버전)
18. 조용한 거실에서 혼자 음악 들으면서 신나게 글을 쓰는 것. 타자칠 때 나는 소리, 노트북 키보드의 누를 때의 촉감
19. 남인숙 작가님의 작품들
20. 그리고 매일 들르게 되는 작가 커뮤니티 카페, 브런치 스토리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꼭 하고 싶은 일이나 바람 등을 쓰는 '버킷리스트'도 좋다. 하지만 이미 내가 쉽게 누릴 수 있으나, 값을 다 매길 수 없는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리스트를 써보는 것도 참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지금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골라봐야지..' 하면서 주위를 관심 있게 둘러보면, 온통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들 투성이다. 그러니까 어제 일어난 피곤했던 일, 속상했던 일, 서운했던 일에 너무 크게 마음을 쓰지는 말자. 나에게는 이렇게 새로운 하루가 주어졌으니까 말이다.
신이 곳곳에 숨겨 놓은 나를 위한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 보기로 하자. 일상의 평범함 속에 숨겨있는 작은 보석들을 오늘은 몇 개나 찾아낼 수 있을까? 남인숙 작가님의 조언대로 'My Favorite Things' 리스트 폴더를 만들어 두고 자주 업데이트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