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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예라 Sep 07. 2024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 나를 만든다.

'작가의 서재'를 시작하며

2024년. 드디어 아들이 일곱 살이 되었다. 이제는 유치원에도, 미용실도, 치과도 울지 않고 제법 잘 다닌다. 어린이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이가 너무 울어서 그러니 도로 데리고 가라는 선생님의 전화는 오지 않는다. 아이가 아침에 유치원에서 가서 친구들과 놀고, 점심 먹고, 간식 먹고, 영어도 하고 수학도 하고 체육도 하고 있으면 나는 오후 4시 30분까지 데리러 가면 된다. 이 말은 오전 9시부터 4시 20분까지는 혼자 있을 수 있는 나만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는 의미이다. (아 참, 중3인 딸은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하느라 무척 바쁘다. 학교, 학원, 연습실을 거쳐 집에 돌아오면 빠르면 저녁 8시, 늦으면 밤 11시경 집에 돌아온다.)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잘 자라주고 있는 두 아이들 덕분에 엄마인 나는 조금씩 마음을 놓고 그동안 하고 싶던 오직 나만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작가로 이름 붙인 내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글도 열심히 쓰고, 또한 블로그 작가들을 위해 AI 이미지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도, 스타트업 대표도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오랜만에 내 마음껏 시도하고, 실패하며, 지원하고, 거절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흐뭇하다. 그렇지만 내가 그동안 썼던 글을 읽다 보면 표현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 수많은 언어들 중에 왜 나는 늘 내가 즐겨 사용하던 어휘만 쓰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건 몰라도 글은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만 생긴다. 물론 나랑은 감히 정말 비교도 할 수 없는 대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작품에서 썼던 말들 중, generous (후한), lonely(외로운), majestic(위풍당당한), swagger(으스대며 걷다), addiction(중독) 등  현재 우리가 쓰는 단어가 3천여 개 정도 된다고 한다.  단어를 새로 만드는 것까지는 기대도 안 한다지만, 최소한 있는 단어들만이라도 골고루 갖다 쓰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언제까지 이렇게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며 나 자신을 독촉한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와 사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무슨 노력을 어떻게 더 기울이면 좋을지 생각해 낸 방법은 바로 '독서'이다. 힘들수록 기본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작가의 글을 읽고, 그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교하며 일종의 감상문을 남기고, 그렇게 쓴 나의 글을 다듬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위대한 작가들의 소중한 작품을 내가 요약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꾸준하고 성실하게 정독해 나가고, 나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담아 글을 쓰는 것이다.

그렇게 나에게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라는 매우 오래된 (무려 중국 송나라 때의 정치가, 시인이자 문학자인 구양수의 말에서 유래) 조언을 다시금 맘에 새기고 실천해 보자는 기특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동안 읽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어서 미뤄두었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의 시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Letters to a Young Poet>이라든지, 아서 밀러(Arthure Miller)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Salesman>이라든지, F. 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Fitzerald)의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뿐 아니라 그의 수많은 단편소설들도 잔뜩 읽고 싶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머릿속에는 내내 '글'생각만 하며 살고, 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간 수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있다는 것이 참 반갑다. 인생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깊은 고통과 어찌할 수 없는 고뇌를 언어로 바꿔 써놓은 작품들이 나에게 손짓하며, 걱정만 하지 말고 제발 읽기부터 하라고 속삭인다. 그렇게 읽고, 배우고, 쓰다 보면 점점 깊어진 사유와 풍부하고 감칠맛 나는 어휘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아름다운 작품을 이룰 것이라 기대해 본다. 지금보다 훨씬 똑똑해질 나를 설레며 기다려본다.


어느 소설가의 오후 by Copi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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