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예라 Jan 04. 2023

드디어 내일!

널 꼭 차로 데려다주겠어! 

Photo by Matthew Henry on Unsplash


내일은 날씨가 엄청 추워진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아래와 같이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왔다. 

[행정안전부] 내일은 오늘보다 15도 이상 기온 급감으로 도로결빙이 우려됩니다.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기 바라며, 부득이 운전 시에는 감속운행 바랍니다.

즉, 내일 어린이집 등원길이 굉장히 추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아들을 차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행정안전부의 권고대로 감속운행은 누구보다 자신 있기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는 아들의 겨울철 따뜻한 어린이집 등원길을 위해 지난 몇 달간, 남편과 함께 주행과 주차 연습을 열심히 연습해 왔다. 운전하면서 펼쳐질 다양한 상황을 과연 내가 통제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아 두려웠다. 그렇게 사고가 무서워서 운전을 하지 못했던 내가 어린 아들을 위해서 불안장애를 극복하기로 마음을 먹고 열심히 노력해 왔다.  아들이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친구들에 다가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좀 더 쉬워지기 위해서는 일단 나부터 어려운 무언가에 용기를 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아들... 힘들지? 엄마도 힘들더라고.. 우리 둘 다 힘내자.."

며칠 전에는 어린이집 등원길에 자동차 키를 코트에 넣고 차 앞까지는 갔다. 매주 월요일에는 가져가야 하는 어린이집 이불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 없이 혼자 차를 빼서 운전을 하고, 다시 차를 있던 자리에 집어넣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냥 하던 대로 졸음에서 덜 깬 아이를 간신히 달래어 15분을 걸어서 어린이집에 갔다. 길거리에 더이상 걷지 않겠다는 의지로 굳건히 서있는 아들을 안고 가기도 했다. 이제 나이 들어 그런지 다섯 살 아이와 어린이집이불과 가방까지 안고 걸으면 밤에 잘 때, 삭신이 다 쑤셨다. 하려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즉, 운전을 포기하고 돌아설 때 기분은 별로 좋지 않고 씁쓸해진다. 자존감이 1층씩 내려가는 기분이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그래도 자동차 키를 가지고 차 앞까지 혼자 간 것이 어디냐면서  격려를 해주었다. 혼자서는 '운전'도 못하는 바보 같은 내가 부끄럽지 않냐고 했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제는 주차 빼고 다 잘하니까 괜찮다고 했다. 와우. 남편이 나와 16년을 살더니, 나에게 어떻게 말해야 부부싸움이 일어나지 않는지 그 포인트를 정확히 습득한 듯하다.

내일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서 자동차에 아들의 어린이집 가방을 넣어놓고, 내 무선 키보드와 책과 노트가 담겨있는 가방도 넣어놓을 것이다. 그리고 아들이 타기 전에 차를 따뜻하게 해 놓고, 카시트에 앉히고, 천천히 주행을 시작할 것이다. 주차가 정 어려우면 남편이 대충 길가에 두고 오라고 했다. 자기가 퇴근길에 찾아온다고...... 고마운 말이지만 설마 그러려고.. 그동안 수 없이 연습했던 주차를 꼭 성공하고야 말 것이다. 다섯 살배기 아들도 그렇게 가기 싫은 어린이집에 매일 가는데, 다 큰 엄마가 차를 길거리에 버리고 올 수는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자존심이 있지..........

 아들, 엄마가 내일 자동차로 데려다줄게! 파이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