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하면 좀 어떤가요?

by 김하예라

사진출처: UnsplashMI PHAM


호불호가 강한 내 아들은 당연히 편식도 한다. 오직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먹으려고 한다. 예를 들면, 낫또를 네 팩 연속해서 먹는다던지, 조미된 도시락김 한 팩을 밥도 없이 다 먹는다던지, 슬라이스 치즈를 세장 연속 먹는다든지 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만 배를 채우려고 하는 아들을 키우면서, 내 안에 여러 가지 세워둔 원칙 중 하나인 '반찬은 골고루 먹어요.'가 무너지고 말았다. 요즘 아들의 최고 좋아하는 반찬, 아니 음식은 '계란찜'이다. 날 계란 두 개를 그릇에 살살 풀고, 물을 120ml 넣고, 새우젓을 작은 티스푼 두 개 넣고, 휘휘 저어 전자레인지의 '계란찜'모드에서 돌리면 5분 30초 만에 부드러운 계란찜이 완성된다. 아들은 '계란찜 맛있어요. 또 주세요!' 하면서 혼자서 다 먹었다. 국물까지 싹싹 다 먹고 나서 아쉬웠던지,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기에 한번 더 만들어주었다. 밥도 안 먹고 계란찜만 두 그릇 먹었다. 저렇게 우수하고 특별한 캐릭터는 내 인생에 처음 만나본다. 반찬투정이나 등원 거부와 같은 어른 말 안 듣는 것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 나는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인 아들을 보며 속상했고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감정보다 신기하다는 감정이 앞선다. 어쩜 저렇게 자기 마음대로일까?


나는 그런 아이의 편식을 억지로 고치려 하지는 않는다. (이래서 아이보다 엄마가 더 문제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이가 뭐라도 즐겁게 배불리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은 계란을 오늘 네 개를 먹었는데, 생각해 보면 계란은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훌륭한 식품이다. 신선한 재료로 따뜻하고 부드럽게 조리를 해준 엄마의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게 웃으면 그것이 다 키가 되고, 살이 되는 것 아닐까? 다행히 아들이 음식에 알레르기가 없어서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지 속상해할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맘으로는 이 세상 모든 좋은 음식은 다 먹이고 싶지만, 이는 불가능한 내 욕심일 뿐이라 생각한다. 사실 다 큰 어른인 나도 채소류와 견과류 챙겨 먹는 것이 아직도 귀찮으니까.


내가 마치 지옥에서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아들의 특별한 행동을 볼 때마다 '쟤는 원래 그런 스타일.'이라 생각하고 넘어가 보기로 했다. 살아보니 내가 정해놓은 틀, 기준, 법칙이 100퍼센트 옳다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아이를 내 스타일대로 만들려다 심신이 지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또 다른 하나의 소우주를 경험하는 것 같은 신비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아들의 행동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아들만 엄마말 잘 들으라는 법이 있나? 엄마도 아들 말 잘 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서로의 말을 잘 들어주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라는 것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아가게 된다.


그래도 솔직히 너무 힘들긴 한다. 하나의 소우주와 또 다른 하나의 소우주가 사사건건 의견이 달라 매사에 부딪히니 피곤하긴 하다. 그래도 나는 아이보다 나이가 서른여덟 살이나 더 많은 소우주이니,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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