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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Feb 05. 2018

[동네책방] 군산 월명동 <마리서사>

길가다, 책갈피 04

마리서사

(전북 군산시 구영5길 21-26)

https://www.instagram.com/mariebookstore

군산 동네책방 <마리서사> 내부



군산은 참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 '내일러'들이 꼭 들르는 '핫한' 관광지임에도, 시간을 멈춰 놓은 것처럼 조용하고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리고 군산 동네책방 <마리서사>는, 군산의 그 독특한 매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마리서사>는 동네책방 치고는(?) 비교적 내부 공간이 넓었고, 비치해놓은 책의 양도 많은 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동네책방처럼, 독립출판물만과 일반 서적들을 함께 다루는 곳이었습니다. 다만 일반 서적들을 그냥 판매량 순으로 쭉 뽑아오기보다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마리서사>와 어울릴만한 책들을 큐레이션 해서 들여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최근 SNS에서 많이 봤던 책이다!' 싶은 최신 베스트셀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구요. 표지를 보자마자 '아, 저 책 참 좋았지!' 싶어 반가운, 오래된 스테디셀러들도 있었습니다. 몇몇 책에는 마리서사에서 직접 빼곡히 쓰신 코멘트가 붙어있기도 했고,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님께서 직접 메모를 남기고 가신 책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책의 작가님들이 여행중 우연히(?) 마리서사에서 본인의 책을 발견하고 남기신 코멘트.
(두 작가님의 코멘트가 너무 귀여워서 옮겨 적습니다)

- 마음에 쏙드는 책방에서 제가 쓴 책을 만나다니 놀랍고 신기합니다. 좋으시겠어요. 동네에 이런 책방이 있어서:)  김재연 작가

- 군산이 이렇게 근사한 도시였단 말인가. 감탄감탄하며 1박2일 여행중입니다. 마리서사는 그 중에서도 근사한 서점이네요. 마리서사에서 제 책을 발견하신 분들께, 어떤 여행이건 잘 돌아오시길! 2017.8 한수희

 



<마리서사>에 방문하기 전에 인스타 계정을 둘러봤었는데요. 모 책의 번역가께서 알바생처럼(?) 서점을 종종 봐주고 계신다는 소식을 보고, 그 책을 알지도 못하면서 사야겠다 결심하고 갔습니다. 동네책방에서는 그곳만의 이야기를 가진 책을 기념품처럼 사오는 맛이 있는 거니까요 :)


그 책은 《힐빌리의 노래》였습니다. 역시나 책에는 옮긴이 김보람님이 꾹꾹 눌러쓰신 코멘트가 붙어있었지요. 후루룩 책장을 넘겨보고 내용도 마음에 들어서 책을 집어 계산대로 갔습니다.


그런데 계산대에 계시던 분이 제게 물었습니다."혹시, 이 책, 원래.. 사려고 하신건가요?" 조용하고 수줍게 말이죠. 저는 김보람 님의 얼굴을 알지 못했지만 직감적으로(?) 아, 이분이구나! 했어요. "아, 번역하신 분이 여기 계시다고 해서, 혹시....?"라고 물었죠.


익명의 알바생으로 위장하고 계시던(?) 번역가 김보람님은 "너무 티났나요?" 하며 수줍게 웃으셨어요. 덕분에 <마리서사>가, 그리고 《힐빌리의 노래》가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작은 서점들에는 저마다의 색깔과 매력이 있고, 또 다녀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서, 작지만 특별한 이야기가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것이 동네책방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마리서사>에 진열되어 있는《힐빌리의 노래》
(《힐빌리의 노래》의 옮긴이 김보람 님이 쓰신 코멘트입니다)

혐오가 만연한 사회입니다. 자신을 혐오하고 성이 다른 이들을 혐오하고, 생각이 다른 이들을 혐오합니다. 내가 혐오하는 내 모습은 어디서 왔을까요? 내가 혐오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잠시 혐오를 거두고 공감과 이해를 더해보면 좋겠습니다. 2018년,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겨울에도 따뜻한 마리서사에서. 옮긴이 김보람.

과거로의 시간여행 중에 만난 작은 아지트같은 공간 <마리서사> 방문기였습니다.

<마리서사>에서 구입한 두 권의 책과 에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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