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노 교수가 ‘자신의 인생에서 황금기는 60~75세였다’라고 회고하여 사람들 사이 희망과 신선한 충격을 주며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100세를 넘기고도 아직 강연하신다는 그분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얘기다.
요즘 인생 최대의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호사라는 것도 사람에 따라 떠오르는 내용이 다를 수는 있을 것이나 평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시간과 일상을 자유롭게 내 방식대로,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왔던 나는 정년, 이라는 회사의 강제 퇴직을 당하고 이제야 그런 생활을 만끽하고 있음이니, 이것이 어찌 호사가 아닐 수 있으랴.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꾸는 공통된 꿈일 수도 있으리라.
충분한 수면, 천천히 하는 식사, 적당한 게으름, 정신세계에 영양을 공급하는 취미활동 - 음악감상, 그림 공부, 글쓰기 연습, 독서, 여행... -, 친구들과의 끈끈한 유대, 지인들과의 원만한 관계 등 어느 것 하나 삐걱거리지 않고 젊은 날, 소원하던 것을 많이 실현하며 살고 있다 생각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싫어도 매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오해도 피곤도 없다.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없으니 조급할 일도 없다. 항상 느긋하게 지낸다.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이했다. 대학시절에는 그 시기가 황금기,라고 믿었다.
청춘이 곧 금싸라기인 줄 알았다. 미래에 결이 다른 황금시대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예측하지 못했다.
이 또한 인생에 숨어 있는 묘수인가 보다.
긴 세월 인내하며 일한 대가, 불필요한 욕심을 제거한 후 스스로 자신에게 선물한 보상이다. 욕심이 많다면 누릴 수 없는 ‘부유’ 일 것이다. 무엇이든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옷장과 신발장, 집 안의 모든 수납장과 마음의 쓰레기통도 비워야 한다. 비울수록 규모가 커지는 정신적 부.
가볍게 살아야 한다. 가벼워져야 비로소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다.
이 즈음 내 호강의 1등 공신은 다름 아닌 준비된 나의 취미들이라고 본다. 재직 중에 나는 은퇴 후 읽기 위해 음악, 미술과 관련된 도서를 여러 권 마련하였는데 다소의 예지력이 있지 않았나, 여겨진다. 퇴직 1년 전부터 예상치 못 했던 드로잉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 때문에 지금은 글쓰기도 하게 되었다. 음악감상이나 여행, 영어 등과 같은 취미도 병행하면서 생활의 활력은 상승하고 심심할 공간이 없다.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는 취미 이면서 동시에 희열이다. 즐기는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