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왔다.... 고국이다, 집이다, 생각하면 느껴지는 안도감과 편안함이란 포근한 이불속 같고, 인정 많은 고향의 부드러운 흙내음 같다. 지구를 탈출하기라도 한 것처럼 일상의 고민과 부담을 내려놓았고 현실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던 시름과 눈물은 망각상태이거나 기억상실처럼 삭제되었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다.
스스로에게 허락한 휴가에 흠뻑 젖어 즐기다 다시 나에게로 귀환했다. 열흘이라는 짧지 않은 나날이 정겨운 벗들과 함께 꿈결처럼 지나갔고 순간, 순간이 보람되고 행복했다.
40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 잠자고, 식사하고, 멋진 풍경을 찾아다니며 감동과 웃음을 공유했고 사소하지만 다빈도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머리 맞대고 지혜롭게 해결하며 서로 격려하고 때로는 위로하면서 또 한 걸음 깊어지는 우리들의 우정을 목도했다. 머나먼 타국, 평균 12,000보를 걸어야 하는 고된 일정에 설상가상 날씨는 변화무쌍하여 바람, 비, 먹구름, 햇살이 하루에도 서너 번씩 반복, 때로는 예상 못 한 소나기도 맞았다. 친구들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각자 이해하고 배려하고 도와주니 애로 섞인 여정에 신뢰와 기쁨이수호신처럼 동행하고 있었다. 만난 지 40년 이상 된 우리 사이는 이미 제2의 가족처럼 편하고 두터운 정으로 묶인 소중한 관계다. 벗들이 각자의 자리에 있음으로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낀다.
인솔자는 출발부터 우리들에게 “무지개”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을 지어 주었다. 친구들 전원이 7명이었기 때문에..
사람 수에 따라 적당한 팀명을 붙여 호명하니 그 역시 재미를 더했다. 그래서인지 여행 중 선명하고 아름다운 무지개를 두 번이나 만날 수 있어 환호하기도 했다.
유럽은 여전히 물값과 화장실 사용료가 비싸고 불편했다. 심지어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식사하러 갔음에도 물값을 따로 받는 곳이 있었다. 700ml 한 병에 4.5 EURO, 어처구니없는 가격이었다. 한국이었다면 이렇게 비싼 물은 안 사 먹었을 것이다. 화장실은 또 어떤가? cash를 안 받는다며 신용카드로 계산해야 한다 했고 게다가onebyone으로 결제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이 밖에 상점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만 요구하는 곳이 많아져서 유로를 많이 환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나인플, 구성원이 모두 아홉 명이다 보니 개인마다 사정이 있어 망설이고 걱정하다 결국 일곱 명이 인천국제공항에 집결, 야심 차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