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허물없는 친구 중 하나가 경치 좋은 곳에 세컨드하우스를 지었다. 주목적은 힐링, 정신적 행복을 찾기 위해서다.
나이 먹으면서 그 친구도 생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뜻하지 않은 일로 병원을 자주 찾게 되고 삶에 대한 우울함으로 인해 자연친화적 생활을 그리워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 녀가 동경하던 장소에 안성맞춤인 땅을 발견하여 매입하고 가족들과의 추억을 담아 두기 위한 아담하고 그림 같은 집, 평소 꿈꾸던 아지트를 마련했다.
1주일 중 반은 그곳으로 가서 자연을 즐기며 동심으로 돌아가 다투듯 피어나는 봄꽃들을 맞이하고, 밤이 오면 반딧불이를 만나동화 속세상을 체험하며,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과 대화하고 담장에 틀어놓은 새들의 둥지를 살펴주면서 생활의 보람과 생동감을 찾았다.
그 녀만의 오랜 꿈을 이룬 것이다.
그냥 말로만 들어도 그 녀와 가족들이 모두 행복해하는 것이 실감 났다.
그 녀의 아지트에 초대받았다.
인근에 사는 친구 셋과 함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별장...
꽃과 소나무, 안정감과 예술감 있는 바위가 진두지휘하는 어여쁜 잔디 마당. 개울의 물소리와 녹음 우거진 숲의 정취를 풍부히 들이킬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조망 데크. 거실 앞 쪽으로 시원하게 뚫려있는 계곡의 뷰는 가히 백만 불짜리 풍경이라 할 만했다.
하우스 후면에 위치한 개울에는 다슬기가 자라고 있고 오랜만에 보는 새끼 올챙이는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전면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은 주변의 어우러진 숲과 함께 자연이 그려 놓은 산수화, 그 자체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전경을 가까이에서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곳... 그런 마을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자연이 작가 되어 제작한 신비하고 경이로운 그림 속에 들어가 살림 차린 그 친구. 그 녀도 남편도 건강이 좋아졌다고 했다.
셋 중 한 친구도 마당 있는 개인주택을 건축하여 살고 싶은 꿈이 있다고 한다. 그 친구도 언젠가 본인이 설계하고 있는 로망을 건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오늘처럼 초대받아 보랏빛 영광의 하루를 만끽하고 오리라.
개인주택... 전원주택...
나는 감히 꿈도 꾸지 않는다. 내가 관리하고 유지할 수 없는 일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것은 왠지 내게 너무 멀고 아득한 장소, 상상 너머의 지점에 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도 아니며 어렵게 풀어야 할 문제도, 염원도 아니니 굳이 이루고자 할 필요도 없어서 한편 다행이다.
오늘처럼 어쩌다 한번 기회 있어 눈이 호강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가까운 친구라도 그런 집을 마련해 놓았으니 가끔 들러볼 수 있는 것으로 대리만족은 충분하다.
내 꿈은 다른 평범한 것에 있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은 25년을 훌쩍 넘긴 나이 지긋한 골동품 아파트다. 지금보다 현대적이면서 깨끗하고 편리한 아파트로 주거를 옮겨 보고자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도 아파트 분양가가 근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아 쉽게 결정하고 이주할 수 없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