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엄마의 얼굴은 아기의 그것처럼 애틋하고 편안하다. 온화하고 평화롭다. 감동적이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보호본능을 마구 불러일으킨다.
둥근 눈매의 차분하고 고운 선, 작고 마늘쪽 같은 코, 동전처럼 동그랗게 벌어진 입, 작은 얼굴, 균형 갖춘 넓은 이마, 잘 생긴 귀, 게다가 동글동글 두상, 딸이 서툰 솜씨로 정리한 헤어와 어우러진 머리모양은 꽃미남 소년을 연상하게 한다.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내 얼굴에 평온한 미소가 돈다. 잠든 엄마의 얼굴을 살펴보는 것이 하루 중 나의 힐링시간이다. 24시간 일상의 고단함과 속박을 잊게 해 주고 맘껏 자유를 주는 시간이다. 안온한 엄마의 얼굴이 구속된 나의 하루를 방면시킨다. 매일 맞이하는 달콤한 해방, 갇혀있는 세월을 견디어 낼 수 있는 동력을 준다. 마른 눈물로 얼룩진 나날을 물티슈로 닦아내며 치유해 주는 엄마의 잠든 얼굴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이기에, 얼마나 강력한 피로회복제이기에 이렇게까지 이겨낼 에너지를 주는가! 이 상황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나의 손과 발을 묶는다. 아니, 엄마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가여워서, 안타까워서, 정들어서, 예뻐서, 사랑스러워서...
엄마를 간병하면서 때로 큰 힐링과 애정을 공급받는다.
사랑을 주면서 동시에 받는다.
마음을 주면 덕장같이 크고 후덕한 응답과 온기가 돌아온다.
이러한 상황을 사람들은 “공명”이라 부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