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단함과 글쓰기
글쓰기 독려 안내를 받고..
- 글쓰기 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고 평정심이 생긴다. 세상의 거룩한 평온이 내 안에 들어선다. 나를 수양하고 단련시키는 시간이다. 일상생활과 확연히 구분되는 자신만의 영역이며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여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구축된다. 글이란... 글은 치유다.
많은 작가들이 말하듯 내게도 글쓰기는 자가심리치료의 기능을 수행한다. 가슴속에 자리 잡은 불안균을 털어내고 안정균을 주입한다. 장점을 부각해 자존감을 상승시키는 작업이다. 몰입의 시간과 공간을 풍요히 누릴 수 있고, 어느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나를 방해할 수 없으며 오로지 나만을 위한 세상과 마주한다.
지난밤 적어 놓은 글을 아침에 읽어보면 수정할 단어, 문장, 고쳐야 할 문맥이 많기도 하다. 일주일 뒤, 한 달 뒤에 읽어도 여전히 같은 상황이다. 더 적합한 단어와 문구가 떠올라 교정작업을 할 때도 나는 고요와 차분함이 주는 심리적 치료를 듬뿍 받는다. 충분한 비타민을 섭취한 듯 힘이 솟기도 한다. 등산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돌아온 후의 충족감이랄까? 뿌듯함이랄까? 그런 차원의 쾌감도 있다. 글 작업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하게 되니 심심하지 않다. 바빠도 상쾌하다. 반복하여 퇴고할수록 자연스럽고 멋진 글이 탄생한다. 흐뭇하다. 즐기는 일인지라 지루함도 고단함도 없다. 뇌와 정신 속에 항상 글을 쓰고자 하는 호기심이 흐르고 있다. 무엇에 대해 묘사하면 좋을까? 무엇에 대해 써 보면 수다하듯, 노래하듯 신명 나게 할 수 있을까? 언제나 글쓰기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소재를 찾고 있다. 그것이 요즘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니까..
- 나의 하루
잠에서 깨면, 누워 지내는 엄마의 기저귀부터 살피고 정리해야 한다. 손으로 변을 만져 침대 위의 모든 물건에 그림을 그려 놓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울고 싶어 지는 순간이다.
식사준비하여 ‘얌냠, 꿀꺽’을 외치며 한 스푼, 한 스푼 떠먹여 드리고 약까지 챙겨 드린다. 죽도 삼키기 어려워 믹서기를 사용해 갈아 드려야 한다. 모든 음식은 익혀서, 쪄서, 삶아서, 데쳐서 갈아 드린다.
세 차례 식사, 7회 이상 기저귀 교체, 얼굴 닦기, 손 닦기, 손발톱 깎기, 침구와 주변정리, 청소와 세탁, 체위변경 돕기, 팔ㆍ다리 주물러 드리기, 정서적 안정관리, 말벗하기, 요구사항 들어주기, 불편사항 해결하기 등등... 하루종일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니 11월의 날씨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늦은 밤에도, 새벽에도 엄마가 부르면 달려 나와야 하고 무엇이 불편한 지 상태를 살펴드려야 한다. 여기는 분명 가장 안락해야 할 자택이건만 나의 재택근무는 24시간!! 퇴근이 없다. 휴일도 없다. 엄마의 손, 발이 되어 드려야 하면서 나의 삶도 살아내야 한다. 2인분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인생극, 무대다.
나의 존재는 엄마 관리 중 사이, 사이 끼어 있으나 보이지 않는다. 갈피, 갈피 숨어 버린 나는 어디에 있을까. ‘꼭꼭 숨었나? 머리카락 보일까 봐~’ 그럼에도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고하고 고민한다. 주인공이 사라지면 안 되니까. 아무리 애써도 나를 발견하기 위한 시간은 찾아오지 않는다. 벌써 5개월을 방황하고 있는데 그저 어머니만 보인다. 아직도 어머니만 바라보아야 한다. 어머니를 편안하게 사람답게 살게 해 드리는 것이 모든 일에 우선하니까...
- 덕분에 글다짐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 발행 안내]를 받은 김에 핑계 아닌 핑계글을 써 본다.
쓰고 싶어도 PC 앞에 앉을 수 없는 사정에 대해 넋두리하고 싶었다.
끊임없이 글감을 발굴하여 사색하고 창조하고 묘사하면서 독특하고 흥미 있는 내용을 -물에 꿀을 녹이듯- 글에 녹여 보이고 싶다. 꿀이 피로회복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좋은 책은 한 제의 보약이 될 수 있다. 부족한 능력은 알지만 과도한 욕심 없으니 나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글을 써서 순수히 발행하고 싶다. 현실이 아무리 혹독해도 결국 이겨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 줄 수 있는 글, 빼곡히 적어서 추위 녹여주는 따뜻한 쉼터로 만들고, 더위 식혀주는 그늘 넓은 나무로 성장시키고 싶다. 글에 대한 나의 염원이다.
[글 발행 안내] 덕분에 출발지점에서 망설이던 한 편의 초안을 드로잉 하게 되어 기쁘다. 글 발행 독려를 받을 수 있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도 기쁘다. 감사한다.
브런치 작가 입성은 올해 내가 이룬 굵직한 성과 세 가지 중 하나로 꼽힌다.
못난 글, 잘 영글지 못한 글이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포기는 없다.
미래에는 강한 근육을 가진 에세이가 되어 반짝일 것을 확신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