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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라 Nov 27. 2024

자매

깊고 아름다운 인연

세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사진을 보면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언니'라고 좋아하고 의지했던 것 같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여동생이 뿌듯함,이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동생은 공부를 잘해 상장과 메달을 방의 벽에 주렁주렁, 촘촘히 붙여 놓았으니 부모님의 자부심이 되어 주었고 가족들의 자랑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동생은 성품이 온순하고 욕심부리지 않는 성격이라 무엇이든  양보하고 배려하며 헌신적인 면이 많았다. 항상 내 옷을 물려 입어도 불평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래서 자랄 때 우리는 싸움을 하지 않는 모범적인 자매로 성장했다. 보기 드물게 의좋은 자매였다. 엄마는 얼굴까지 본인을 닮은 동생을 티 나게 좋아하셨다.   나 역시 그런 동생이 당연히 좋았다. 동생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소녀였다. 중등시절에도 손에서 책이 떠나지 않는 여학생이었다. 물론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그랬다. 그래서인지 글쓰기로 상도 많이 받았고 지식과 상식이 풍부하며 언변이 좋았다.  지적인 그 아이가 나는 항상 부러웠다.  게다가 성품이 아주 좋은 동생은 여러 면에서 훌륭했다. 잘난 척은 물론 자신을 자랑하지 않는다. 비교하면 동생은 나보다 월등한 부분이 많았으나 나 역시 그것을 자랑으로 여겼을 뿐 질투와 시기의 대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우린 사이가 더욱 좋았나 보다.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이며 어머니가 주신 인생 최고의 선물이다.

나이 들수록 자매는 더욱 깊고 아름다운 인연이 되어간다.

생활 속 서로의 기쁨과 아픔에 대해 시시콜콜 털어놓을 수 있고 무엇이든 상담 가능하며, 못 할 말이 없다.




어렸을 때, 자랄 때 이야기,

-여름에는 마을 앞 남대천에서 수영도, 목욕도 했으며 송사리도 잡았다. 어른들은 거기서 빨래도 했다.-

동네 골목길 어른들과 부모님 이야기,

봄에는 벚꽃이 탐스럽게  피어 빼어난 설산이 되었던 남산아래 옹기종기, 가족처럼 아웅다웅 정 나눈 이웃.

집집마다 같은 또래 그리운 친구들.  

지금은 모두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스무 살 이전의 모든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서로 의지하며 손잡고 학교 가던 일,  학교 가는 길,에서 만큼은 내가 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언니의 사명감,  학교에서 돌아올 때는 더 늦게 끝나는 언니를 기다려 항상 같이 하교했던 동생, 무엇이든 예쁜 물건 있으면 언니에게 주던 고운 동생, 색종이, 지우개, 연필 등...

그렇게 혈육으로 맺어져 자란 자매가, 이토록 거칠고 험한 지구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래도록 진한 우애를 나누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며, 때로 위로일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 아니겠는가?


몇 년 전 우리는 과거 살던 동네를 찾아간 적이 있다. 남산아래 집들은 모두 현대식으로 변모했으나 꼬불꼬불 골목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학창 시절을 회상하기에 충분한 소규모 추억의  동네였다. 안타까운 일은 그 당시 어른들은 대부분 돌아가시고 안 계시다는 것..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던 시조가 저절로 떠오르면서 아쉬운 마음 가눌길 없었다.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인간의 생이 허망하고 허망했다.





어느 날,

어머니께 "감사해요, 고마워요", 인사를 드렸다. 나를, 동생들을 낳아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어머니는 감동하셨다.

자매, 형제 없이 나 혼자라면 한평생 살아가기 얼마나 힘들고 외로왔을까? 끝없는 사막 같은, 참한 전쟁터 같은 현대사회 경쟁의 시스템 속에서...


자매를 만들어 준 어머니는 위대하다.

자매가 있어 오늘도 약육강식의 세상과 당당하게 독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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