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조활동
일주일에 한 번 <뮤제 스쿨>에 그림 공부하러 간다. 현재로서는 정기적으로 가는 곳이 미술학원뿐이다. 정례적 외출이 있음으로 해서 이것이 생활시계의 축이 되어 날짜 가는 것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놓치지 않고 있다. 비록 1주일에 한 차례라고 해도 그 주기가 자주 돌아오니 세월의 흐름을 인지하도록 격려받고, 신선한 바깥공기를 무제한 들이켜 기분전환의 욕구를 충전시키고 있다. 가슴이 후련해지고 숨통 트이는 심호흡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 시간 선생님이 만들어 주는 커피맛이 궁금하며, 원생들과의 맛깔스러운 수다가 좋고, 그들과 함께하는 점심식사는 무조건 반갑다. 최근에는 확실히 그림보다 젯밥에 관심이 크다. 장담하건대, 이 생활이 요즘 나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 학원 선택의 동기는 우리 집에서 가깝고 엄마가 계신 요양원-그 당시 엄마는 요양원에 계셨다-에서 가깝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뮤제>는 우리 집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나는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의 미술 학원을 찾고 있었는데 근처에 학원은 많으나 성인반을 운영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차선으로 가까운 위치의 학원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곳이 바로 <뮤제 아트 스쿨>이다. 내 연령대는 초등학교(그 당시 국민학교) 시절에 요즘 아이들처럼 방과 후 학원 다니는 세대가 아니었다. 학원을 다녀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따라서 선택의 망설임도 많았다. 몇 달을 생각하다가 이곳을 염두에 두고 아주 조심스럽게 전화노크했다. 붓도 잡아 본 적 없는 내가 학원에 가도 되는지, 나도 채색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 새로운 분야에의 도전이 가능할지 등 바보스러울 만큼 소극적인 마음으로 어렵게 전화한 것이다. 수채화 채색 공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돌이켜 보니 선택 배경이나 조건 등 모든 게 인연이었던 것 같다. 뮤제 선생님이나 그림 공부하는 학원생들, 나와의 태생적 인연으로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었던 사람들이었는 지도 모른다는 다소 종교적 관점으로 만남에 대해 사고하게 된다. 왜냐하면 나이 들수록 새로운 인물을 사귄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낯선 만남에 대해 조심하고 경계하는 마음이 깊어져서 아예 문을 닫고 거부하는 경향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대다수 사람들이 비슷하게 느끼는 심리현상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점점 기분 좋아지고 있으며 차츰 정들어 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경험상 매일 만나지 않는 것이 인간관계에는 더 좋다) 정기적으로 만나기를 벌써 2년, 함께 그림 공부 하면서 의견과 칭찬을 나누며 수다 잔치도 벌이니 정이 들 수밖에... 정신 건강에도 좋다. 약이 된다. 건강보조 활동이다. 값지고 정다운 선물이다.
취미와의 상봉은 필연적으로 사람과의 만남을 부른다. 다시 말하면, 친구를 만들고 싶으면 취미활동을 하면 된다. 같은 취미를 향유하므로 성격이나 정서적 교감, 사고의 수준, 가치관 등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생각보다 빨리 친밀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동일한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서로 호감을 갖기는 쉽지 않다. 탐색할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만나다 보면 나와 닮은 사람과 아닌 사람을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만나서 의미 없이 헤어지기도 하고, 가연으로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대부분 그랬다
<뮤제>를 통해 그림의 성장은 물론 사람과의 관계도 아름다워 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