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청취 중 나풀나풀 흘러나오는 곡,
엘리제를 위하여...
언제나 사랑스럽고 귀엽고 따뜻하다. 아주 작은 곡이나 만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그 어떤 대곡에도 지지 않을 감동을 선사하는 곡, 다이아몬드다.
선율이 밖으로 또르르 튀어나오는 즉시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소 짓게 한다. 기분 좋게 한다. 유명한 교향곡, 바이올린, 피아노 협주곡, 소나타곡, 기타 등등 무수히 훌륭한 곡들이 있지만 그 대곡에 지지 않을 만큼 위대한 소품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거인, 이라고 할까?
베토벤의 대곡 중 대곡이다.
이 곡은 베토벤이 연모하고 있던 아름다운 여성에게 바치기 위해 작곡된 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엘리제는 ‘Therese’를 출판사에서 ‘Elise’로 잘못 읽어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불리게 되었으나 실제로는 베토벤이 “테레제 마르파티”라는 여성에게 연정을 품고 있어 그 녀를 위해 작곡한 곡이라는 설이 있다. 결국 사랑의 힘으로 탄생한 곡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신분의 차이와 나이 차이 등으로 여러 번의 실연을 겪었던 베토벤은 그의 사무치는 연정과, 음악가에게는 치명적인 청력 상실을 이겨 내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열정으로 승화시켜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는데 “엘리제를 위하여”도 그중 한 곡이라고 한다.
스무 살 초반, 나는 “엘리제를 위하여 “를 피아노로 연주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레미레미 시레도라 ~~“ 서두만 시작해도 ‘이것이 꿈, 이 아닌가 ‘ 싶을 정도로 황홀했다. 이제는 오래되어 40년 먼지 앉은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그 당시에는 소녀들의 설레는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그러했고 “엘리제~ ~ “라는 피아노곡이 그랬다. 따뜻했던 추억이 지금은 옛날 옛적 녹슨 고물이 된 듯하여 안타깝고 씁쓸하다.
요즘도 라디오에서는 깜짝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가 놀랄 만큼 아름다운 곡을 불시에 불꽃처럼 터뜨린다. 음악은 고소하고 신선한 아침 우유처럼 일상의 음표를 타고 지나간다. 평화와 안락이 넘친다. 아무리 좋은 곡도 열 번, 스무 번 반복하여 들으면 당연히 가치가 떨어진다. 그런데 어쩌다 한번 방송에서 흘러나오면 그 음악은 배 고픈 영혼에 진주가 되고 별이 된다.
라디오에서 데굴데굴 흘러 들어온 곡,
엘리제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