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아침의 창을 열어 주고 낮에는 함께 놀아주는 친구이면서 하루를 마감하고 잠드는 시간까지 내 옆에 밀착되어 있는 존재가 되었으며 그 역할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타인과의 통화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 카메라의 유능한 기능은 실수를 허락하지 않는 천재성을 자랑한다. 언제 무엇을 했는지 확실한 증거자료를 언제나 보유하고 있으며 메모로는 확보할 수 없는 사진촬영의 신속성, 정확성, 다양성... 그보다 탁월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스마트하다. 지인들과 음성 아닌 문자로 수시 대화할 수 있어서 수다의 즐거움을 누리게 해 주는 장점이 있으며, 카카오톡으로 송금, 선물까지 나눌 수 있다. 인터넷에서 궁금한 자료를 마음껏 검색할 수 있고, 블로그, 페이스 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활발한 소통 또한 가능하다.
유튜브를 이용하여 외국어, 그림, 음악, 독서, 음식, 헤어, 금융 등 공부하고 싶은 어떤 과목도 수강 가능하며, 은퇴 후의 생활을 안내하는 퇴직자의 눈길을 끌만한 방송도 많아 언제든 구독할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한 많은 정보가 그 안에 넘치게 파도치고 있다. 취사선택은 구독자의 몫이다.
강연을 재밌게 하는 노련한 강사의 방송을 시청하며 하하, 호호, 까르르 웃기도 한다.
요즘 또 하나 내게 요긴한 역할을 하고 있는 분야는 생각날 때마다 기록하여 일상 캡처의 기초를 마련하는 메모장 만들기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연습을 하면서 나는 많이 뿌듯해하고 있으며 자칫 떨어질 수 있는 자존감을 높이고 있다.
휴대폰은 매일 아침, 나를 잠으로부터 깨어나게 해 준다. 과거에도 출근에 늦지 않도록 wake up call을 차질 없이 해 주었다. 휴대폰은 시계이며, 일기예보를 해 주는 weather center 이기도 하다.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 중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취향에 맞는 KBS, EBS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인터넷 뱅킹이다. 내가 휴대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라디오 앱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다. 라디오 기기 없이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다니! 콩, 이라는 앱으로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하던 시기에는 라디오 청취의 혁명적 진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 뱅킹은 금융과 관련된 용무이니 당연히 누구에게나 중요한 파트일 것이다. 깊이 생각해 보면 그것은 더 많은 선한 일을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들어 외출할 때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오는 일이 종종 생긴다. 반대로 행선지에 그것을 놓고 돌아와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내가 즉시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다. ‘오늘 밖에 있는 동안 휴대폰 사용할 긴급상황이 발생하지 말아야 할 텐데... 경유지 중 어느 장소에 휴대폰을 흘리고 온 것일까?’ 물건을 찾을 때까지 안절부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경우, 휴대전화의 부재는 일종의 심리적 상실이며 심각한 장애에 부딪친 듯 느껴지곤 한다. 휴대폰은 유일무이한 타인과의 통신기구이면서 소통수단이다. 통신장애는 교통사고와도 같다. 따라서 휴대폰의 부재는 갑자기 당한 사고에 준하는 사건이다.
언제부터인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내면에는 들킬세라 꼭꼭 숨어 있는 불안이 소리 없이 영글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역시 많은 세월이 소요됐다. 나이 들어 노화가 진행되고 몸도 예전 같지 않으면서 불안은 더욱 커지고 깊어졌으니 결국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래서 휴대폰은 언제나 가까이, 더 가까이 있어야 하는 존재가 됐다. 다급한 일이 벌어졌을 때, 나를 구제해 줄 수 있는 첫 번째 도구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아주 중요한 나의 분신과 같은 존재이며 파수꾼이며 수호천사다. 휴대폰이 없으면 정전된 깜깜한 밤처럼 답답하고, 양손이 묶여 있는 것처럼, 위험에 노출되기라도 한 듯 노심초사하고 근심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벙어리, 귀머거리가 된 것 같다. 휴대폰이 마치 신체 밖에 있는 중요한 장기인 듯 생각되기도 하고, 나의 두뇌를 어딘지 모르는 곳에 버리고 귀가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정도 되면 심각한 휴대폰 중독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누구에게나 없으면 허전하고 없어서는 안 될 자기 자신이 되었다. 어찌할 것인가? 스마트폰에게 정복당한 인간들이여!
여러 해 전 강원도 홍천군에 소재한 ‘선마을’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그곳은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마음과 정신에 여유와 치유를 제공하기 위한 힐링마을이었다. 주변환경도 그러했지만 음식에서도 안정감을 공급받는 기분이었다. 음식의 종류가 많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짜지도 맵지도 않고 순한 맛이 이렇게 고급스러울 수 있구나, 하면서 왠지 대접받는 듯한 느낌이 가득하여 만족스러웠던 추억이 있다. 음식조차 치유의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그곳은 TV도 없고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는 특별한 구역이었다. 2박 3일 머무는 동안 휴대폰 없이도 불편함이 없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낼 수 있었다. 눈은 아주 좋아했다. 휴대전화로 언제나 혹사당하는 것은 눈이었는데 쉬게 해 주니 편안해서인 지 잠도 잘 오고 응고된 마음도 부드럽게 풀어져 각별한 휴식의 밤을 보냈다.
스마트폰 유, 무에 따른 장단점은 분명히 있다.
그에 대한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니 동반되는 부정적 현상에 관한 체크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의존도가 높을수록 그것의 부재는 치명적 상태를 초래한다.
휴대폰 없이 지내는 날을 정해 놓고 생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건 어떨까?
휴대폰이 없을 때의 이득을 헤아려 보고 소득과 장점을 찾아서 더 늦기 전에 기계로부터 독립하고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