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잘난 척하지 않고 겸손한 사람, 다른 사람 말을 잘 경청하고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사람, 뒷담화하지 않아 믿음직한 사람, 인간됨이 훌륭하고 말 한마디로도 잘 베푸는 사람, 쉽게 화내지 않고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 성품이 온화하고 유순한 사람, 유머가 풍부한 사람, 매사 품격 있는 사람..” 열거하고 보니 편안하다기보다는 완벽한 사람의 조건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편안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것이 희망사항이었다. 나와 교류하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내게 자신들의 얘기를 편히 털어놓을 수 있고, 친근하게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지인, 친구로 여겨 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주변 지인들이 나를 그다지 편안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 왠지 거리감을 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특히 나의 외모는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을 준다는 말을 어릴 적부터 가끔 들어왔던 지라, 내가 바라는 나의 희망상(像)은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실체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삶의 태도와 올바른 실천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노력도 해야 하고 개선해야 할 나의 결점도 많아서 열심히 보정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친구 또는 가벼운 지인들을 통하여 나의 소원이 다소 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가 가끔 있다. 확실히 예전보다 주변 인물들이 나를 편안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안부 전화도 자주 할 뿐만 아니라 심심치 않게 뜻밖의 호의를 표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에 대한 무조건적 인정과 지지를 보내주는 분위기도 때때로 읽을 수 있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주변이 아닌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반가운 각성(?)이랄까, 이것은 분명 나를 편안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확실한 느낌적 느낌이다. 때로는 예의를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가족이 아니면 부탁하기 곤란한, 수준의 요청을 하기도 한다. 그들이 나를 호구로 여겨서가 아니라 그만큼 거리감 없이 편안해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수용한다.
앞에서 편안한 사람의 조건으로 여러 가지를 열거했으나 그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과 경청’이 아닐까 요약해 본다. 타인의 얘기를 진정성 있게 들어주고 잘난 척, 있는 척하지 않는 것...
쉽지 않은 사항이다. 나이 들수록 사람들은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고, 많은 척, 아는 척하고 싶어 하니까 말이다.
겸손과 경청을 강조하면서 나 역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이렇게 열심히 군더더기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 아닌가. 부질없이......
더욱 인간적인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편안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나의 소망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