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밴드, 호빵, 통돌이, 3분 카레, 불닭볶음면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보통명사'. 특정 제품을 뜻하는 고유명사(= 브랜드)가 유명해져서, 해당 상품 전체를 대표하는 일반 명사처럼 사용되는 것을 뜻합니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자사 제품의 상품명이 보통 명사처럼 쓰인다는 건, 해당 상품군에서 최고의 인지도를 갖고 있음을 뜻하거든요. 그런데 보통명사로 불릴 정도로 유명해진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상품명에 대한 권리(상표권)가 사라지게 되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초코파이입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2개의 비스킷에 초콜릿을 입히고 마시멜로를 넣은 과자인데요. 법원에서 '초코파이'는 동일한 형태를 가진 과자의 보통 명사가 되었으므로 상표권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다른 회사가 초코파이라는 상표를 써도 막을 수 없다는 거죠. 상표권 권리로 얻을 수 있는 수백억은 날아갔지만, 대신 1년에 20억 개씩 팔게 되는데..
이렇듯 국내에는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브랜드들이 많아요. 그래서 정리해봤어요. 5개의 브랜드를 소개합니다.(제품군 - 브랜드명)
대일밴드는 아큐브, 타이레놀로 유명한 존슨 앤 존스 사의 얼 딕슨(Earle Dickson)이 1920년에 만든 일회용 반창고 '밴드에이드'를 카피한 제품입니다. 1962년 대일화학공업이 대일밴드라는 이름으로 출시했죠. 다만 우리나라에는 수입규제 때문에 1990년도에서야 정식 수입이 되었는데요. 이미 대일밴드는 보통명사화된 상태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대일밴드를 찾아보기 어려워요. 2001년 형제끼리 경영권 다툼으로 회사가 분열된 상태입니다.
찐빵은 밀가루를 반죽해서 속에 소를 넣고 찐 빵인데요. 호빵은 삼립식품이 출시한 찐빵 브랜드로 1971년에 출시되었습니다. 삼립식품에서는 호빵을 '뜨거워서 호호 분다', '온 가족이 호호 웃으며 함께 먹는다'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합니다. 출시 당시에는 꽤 비쌌어요. 1개당 20원이었는데, 당시 짜장면 1그릇이 50원 할 때였습니다. 환산하면 개당 2,000원 정도..?
통돌이는 LG전자가 1997년에 출시한 와류형 세탁기의 브랜드명였습니다. 그전까지 우리나라의 세탁기들은 모두 세탁통을 고정시키고 세탁판만 회전시켰는데요. 이 방식은 세탁통의 상부로 갈수록 세탁 날개의 회전력이 감소해서 빨래가 제대로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LG전자는 세탁통을 고정시킨다는 관념을 깨트리고 통 자체를 회전시켜 세탁력을 획기적으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3분 요리는 오뚜기가 1981년에 출시한 레토르트 식품들의 통합 브랜드 명입니다. 레토르트 식품은 장기 보관을 위해 살균 처리를 하여 알루미늄 봉지에 보관하는 보존식품인데요. 전자레인지가 보급되던 80년대 초, 끓는 물에 3분만 데우면 먹을 수 있다는 점과 오뚜기 3분요리~ 라는 사운드 시그니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었습니다. 출시 첫 해, 400만 개가 팔리며 국민 식품으로 등극합니다.
불닭볶음면은 삼양라면이 2012년 4월에 출시한 매운 볶음 라면입니다. 삼양라면 이후, 삼양의 최고 히트상품이며, 해외에서는 Samyang noodle로 부를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불닭볶음면의 시안은 2005년부터 나와 있었으나, 정작 2012년도에서야 출시되었고 2013년 나 혼자 산다에서 이성재가 먹방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게 됩니다. 2017년에만 4억 4천만 개가 팔렸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보통명사가 된 브랜드로는 조미료의 미원, 밀폐용기의 락앤락, 오징어채의 진미, 살충제의 에프킬라 등이 있습니다. 마케터들의 목표 중의 하나인 브랜드의 보통명사화, 오늘도 마케터들은 열일 합니다 :)